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여성 혐오와 폭력·살인, 온라인 집단 괴롭힘, 불특정 다수를 향한 테러까지 사회를 위협하는 젊은 남성의 분노 표출은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다.
신간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의 저자인 사회학자 사이먼 제임스 코플런드의 모국인 호주에서는 지난해 4월, 조엘 카우치라는 이름의 남성이 시드니 본다이의 한 번화한 쇼핑센터에 들어가 흉기를 휘둘러 6명을 살해하고 어린 소녀를 포함한 여러 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사망자 6명 중 5명은 여성이고 유일한 남성 피해자는 이를 막으려 했던 보안 요원이었다.
젊은 남성의 분노는 외부인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와 폭력으로 무장한 극우 사상의 먹잇감이 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19일 법원에 불만을 품은 남성들이 서부지법으로 몰려가 법원의 기물을 파손하고 사람들을 위협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 근본적인 원인과 해법을 모색한다. 젊은 남성들의 분노, 그들이 저지르는 폭력을 연구하면서 분노의 화살을 왜 여성에게 돌리는지, 왜 극우 사상에 이끌려 남성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야 하고 폭력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지 탐구한다.
이에 남성들이 주로 모이는 소위 ‘남초’ 커뮤니티에 들어가 우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젊은 남성이 표출하는 분노의 실체를 탐구한다.
저자는 여성과 페미니즘을 적으로 돌리고 자신들이 역차별을 당했다고 느끼는 남성들의 억울함이 주류 신자유주의 사회 구조에 깊이 뿌리내린 현상임을 주장한다.
저자는 서구 사회의 여러 통계를 분석해 보면 ‘남성성의 위기’가 온 것은 맞다고 진단한다.
많은 남성이 학업 성적에서 여성보다 낮은 점수를 받고, 대학 진학률도 더 낮으며, 학습 장애를 가지는 빈도도 높다. 남성이 더 자살을 많이 시도하며, 일터에서 더 많이 사망하고, 압도적으로 더 많이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남성이 이런 불평등으로 불만을 느끼고 분노하는 것은 일부 타당하고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저자는 이런 통계 역시도 현재 남성이 겪는 문제와 분노의 원천을 온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본다. 다른 통계는 대학 졸업 후 사회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는 것은 남성이며 남녀 간 임금 격차도 엄연히 상존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남성들이 여성과 페미니즘을 그 분노를 해소하는 적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피아식별이라고 선을 긋는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성 전쟁을 가속화하는 이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젊은 남성을 어떻게 대하고 포용해야 할까? 이 책은 금지나 추방이 아니라 더 나은 해법을 제시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대안 서사’라는 것. 반박 대신에 남성에게 그들의 문제가 발생한 실제 원인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하고 함께 해결하자고 이끄는 것이다.
대안 서사는 아주 어렵지만 남성의 분노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일단 그들이 그렇게 느꼈음을 인정하고 출발한다.
“대안 서사의 핵심은 세상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함께 구축하는 데 있다. 이는 먼저 남성의 불만에 내재된 ‘진실의 핵심’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는 그 불만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남성이 그러한 감정을 정말로 느꼈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중략) 매노스피어 사상에 끌리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고 그들의 우려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위에서 대안 서사는 사회적 가치, 개방성, 민주주의를 담은 긍정적인 서사를 제시하며 사람들이 걸어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보여 준다.” (292~293쪽, 6장 ‘온라인 남성 커뮤니티에 맞서기’ 중 )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