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물리학자와 천문학자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물리학은 지구를 넘어 우주와 물질의 근원을 찾아 세상을 잘게 쪼개는 일이라고 한다. 천문학은 거대한 우주 더 멀리 직접 가볼 수 없는 세상을 다루는 일이라고 한다. 두 학문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궁금하지 않은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호흡을 맞췄던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와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행성탐사센터장의 책 ‘과학산문’이 출간됐다. 두 과학자가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연초부터 한 동명 유료 이메일 뉴스레터에 서로 주고받은 편지 일부를 발췌하고 다듬어 책에 실었다.
두 저자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바라본 현상을 과학적으로 풀어냈다. 과학이라면 다소 따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학이론이 주(主)를 이루지 않는다. 대신 일상에서 가볍게 넘겼던 점을 과학에 근거해 해석했다.
“가위로 면발을 난도질하는 것은 국수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1차원은 ‘길이’라는 단 하나의 물리량으로 그 존재가 규정됩니다. 면을 자르는 것은 1차원 구조가 가진 유일한 특성을 제멋대로 재단하여 면의 자존심을 꺾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편히 먹기 위해 근본을 버리는, 쉽게 말해서 UFO의 이상한 움직임을 이해하자고 물리학을 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입니다.” (‘낮은 차원의 이야기X상욱’ 중)
“‘과학산문’이라고 해서 꼭 과학을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과학산문이란 무엇인가, 머릿속에 물음표를 그려보는 그 순간도 바로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채경의 말’ 중)
놀라운 점은 두 과학자 모두 미신을 믿는다고 한다. 심 센터장은 “모든 게 합리적으로,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추진된다면 얼마나 명확하겠습니까마는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책에 밝힌다. 곧 이 세상이 전부 과학으로 설명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쪽은 끊임없이 쪼개고, 다른 한쪽은 계속 확장하는 정반(正反)의 사고를 두 과학자의 글에서 엿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