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오늘날 우리 문명은 저 높고 깊은 곳에서 내려와 더 넓고 평평하고 더 편리하고 빠른 도시로 모여들어 숨 가쁘게 살아간다. 그러는 사이 인간의 ‘높이’는 낮아지고 인간의 ‘깊이’는 얕아지고, 우리 삶의 실감은 기계화되는 만큼 삭막해지고 우리 내면은 허약해지는 만큼 날카로와지고 있다.”
박노해 시인의 사진에세이 ‘산빛’이 출간됐다. ‘박노해 사진에세이’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으로, 높은 땅의 사람들과 풍경을 통해 인간과 삶을 이야기한다.
지난 20여년간 ‘지구시대 유랑자’로 살아온 박 시인은, ‘다른 길’을 찾아 걸으며 마주한 순간들을 사진과 글로 남겼다. 에티오피아의 산능선부터 안데스 산맥의 깊은 계곡, 파키스탄 고원의 만년설산 등 그가 직접 고지대 등지를 걸으며 마주한 장면드에 대한 기록이다.
에세이에는 흑백사진 28장과 컬러사진 9장이 담겼고 각 사진에 담긴 사연과 의미를 37편의 글로 풀어냈다. 해외 독자를 위해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의 영어 번역을 붙였다.
박 시인은 급진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도 급변한다고 말한다. 굴곡과 높낮음이 사라진 사회에서 인간은 경쟁에 쫓기고 불안과 무기력이라는 심리적 전염병을 앓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 시인은 산을 찾았다고 고백한다.
“산은 언제나 길을 품고 있다. 구름 사이로 잠깐, 한 줄기 빛이 내리면, 산은 가만히 길을 내어주고 산은 말없이 내 등 뒤를 지킨다. 나만의 길을 찾아 걷는 사람에게는 분명 나만의 빛이 오는 때가 있으니.” (‘산은 길을 품고’)
걷는 여정에서 만난 산속 마을 사람들의 모습도 책에 함께 실렸다. 산 끝자락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사람들, 학교까지 족히 1시간을 걷는 아이들 등 박 시인이 목도한 삶의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공유한다.
책에 수록된 모든 사진들은 전시로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4일부터 내년 3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촌 ‘라 카페 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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