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여름밤은 모호했지만 이 여름 동안 내 삶이 조금은 바뀌게 되리라고 그 순간 나는 예감했던 것 같다.”
경계에 선 인물들을 따뜻하면서도 집요하게 조명해 온 조해진 작가의 소설 ‘여름밤의 해변의 무무 씨’가 출간됐다.
연인 ‘무무’와의 사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암 투병을 하는 ‘은희’는 놀랍게도 생판 타인이었던, 얼굴도 모르는 ‘수연’과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이가 된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마음 먹은 은희에게 삶이라는 바다에 다시금 닻을 내리는 데 힘을 보태는 이는 결국 수연이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넘어 서로 기억하고 기억되는 관계로 발전한다.
저자는 세탁기 소리를 파도 소리라 상상하며 은희와 무무만의 애틋한 해변을 꾸렸던 연인의 이야기로 소설을 시작하지만, 끝으로는 상실과 고독을 딛고 다시금 삶을 이어 나가는 한 개인을 조명한다.
김소연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타인의 삶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인물들이 존재하고, 조용히 알아가는 사이에 사랑이 고이는 곳. ‘그곳’은 어느새 ‘이곳’이 된다. 이 소설은 우리가 오래 전에 흘려보냈으나 결코 사라질 리 없는 숭고함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머물고 있음을 말없이 설득한다”고 평했다.
책은 출판사 다산책방 새 소설 시리즈 ‘다소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다소 시리즈’는 소설과 함께 소설가의 일기를 실어 한 사람으로서의 작가를 만나게 한다.
“독자분들은 알고 계실까. 내 소설의 절반은 내가 아니라 와인이 대신 써주었다는 것을….” (2025년 6월 28일 ‘코르크 마개를 따는 건 여전히 어렵지만,’ 중)
책 표지의 북태그에는 고유 인쇄 순번이 적혀 있어 독자들이 각자 하나뿐인 책을 소장할 수 있도록 했다.
출판사는 “소설을 읽는 것은 곧 사람을 만나는 일과도 같다는 생각으로, 다소 시리즈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만남’으로서의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고 시리즈의 취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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