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데뷔한지 10년이 안된 젊은 시인들의 시들이 수록된 ‘시 보다 2025’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한국 현대 시의 흐름을 짚는 특별판으로, 문학과지성사는 새로운 감각으로 시적 언어의 현재성을 가늠하고 젊은 시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21년 문지문학상 시 부문을 신설했다. ‘시 보다’는 문지문학상 후보작을 묶어 해마다 한 권씩 출간하는 시리즈다.
“시의 시대가 사라져버린 것 같던 시간 속에서 젊은 시인들과 그들의 낯선 감각을 다시 읽어준 독자들이 출현했다는 것은 기적이 아니다. 모든 헛된 풍문을 뚫고 한국문학의 심층에서는 본 적 없는 시 쓰기와 시 읽기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었다. ‘시 보다’는 시 쓰기의 극점에 있는 젊은 시 언어의 운동에너지만을 주목하고자 한다. (중략) 우리가 체험하는 것은 젊은 시인들의 이름 너머에서 꿈틀거리는 ‘시’라는 사건 자체이다.” (‘시 보다’ 기획의 말)
올해 후보작은 구윤재, 김복희, 김선오, 문보영, 신이인, 유선혜, 이실비, 한여진 등 여덟 시인들의 작품이다. ‘시 보다 2025’에는 기발표작 4편과 시 세계 바깥의 이야기를 진솔한 언어로 풀어낸 ‘시작 노트’ 그리고 선정위원들의 ‘추천의 말’을 수록해 시가 낯선 독자들도 접근하기 쉽도록 했다.
구윤재가 쓴 시에 대해 오은 선정위원은 ‘추천의 말’을 통해 “구윤재의 시를 읽으며 스타일에 대해 떠올렸다”며 “구윤재가 구축하고 있는 스타일. 그것을 ‘방식’ 으로 보자면 들려주기일 것이고 ‘특질’로 이야기하자면 그 중심에 다정함이 있을 것이다. 다정하게 들려주는 사람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순한 양처럼 귀 기울이게 된다”고 평했다.
“왼쪽과 오른쪽에서 아이들이 동시에 뛰쳐나와 서로에게 뭉친 흰을 던지는 어느 오후 아직은 빛이 공평하게 아이들의 이마를 반짝이게 하는 오후 (중략) 난방이 되지 않아 두꺼운 이불로 각자의 몸을 감싸고 채 감싸지지 않은 발 끝에 닿는 냉기를 모르는 체하면 빛과 함께 뛰어나오는 아이들 뛰어나왔다가 사라지고 다시 흰을 들고 나와 서로에게 던지고 웃고 (후략)” (구윤재 시인의 ‘겨울은 양쪽에서 온다’ 中 )
또 한여진이 쓴 시에 대해 하재연 선정위원은 ‘추천의 말’에서 “굽이굽이 아득하고 오랜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서려 있다. 그리운 할머니의 목소리나 어려서 죽은 아기 귀신의 목소리로 우리를 유원한 시공간으로 데려간다”며 “독특한 시의 음색을 듣다보면, 닫혀 있던 오감과 여섯 번째 감각마저 열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때 나는 할머니 손 잡고/ 진달래 콸콸 흘러내리는 산 오르던 중이었다/ 오래전 사라졌다던 배들도 바삐 산 오르는데// 종이배 나무배 고래배 꽃배 흙배/ 다 너를 보러 왔단다, 할머니가 말했다//(중략) 그것들을 다 모으면 집을 지을 것이다 뜨끈한 방바닥에는 고구마와 토란을 숨겨놓을 것이다 그런데, 할머니……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해, 물으면// 아주 바싹 찰싹 꽁꽁 붙들어야지(후략)” (한여진 시인의 ‘바람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사람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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