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DSM이 디자인한 레코드 재킷을 손에 들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왠지 인생에서 조금 득을 본 듯한 기분이 든다.”
여기에서 DSM은 앨범 재킷 디자이의 전설 데이비드 스톤 마틴(1913~1992)을 가리킨다. 레코드 재킷이 단순한 포장지의 역할에 머물던 시절, 그는 신선한 그림과 과감한 아이디어로 재킷을 음악의 첫인상이자 감상의 일부로 끌어올렸다.
일본의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책 ‘데이비드 스톤 마틴의 멋진 세계'(문학동네)는 그를 향한 오랜 애정의 기록이다. 재즈 애호가로 잘 알려져 있는 하루키는 많은 레코드를 소장하고 있다. 그는 일본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와 재즈 에세이를 함께 펴내기도 하고, 소설 속에서도 많은 재즈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그의 소장 레코드 중 DSM이 재킷을 디자인한 188장의 레코드의 사진과 자신의 글을 담았다.
저자는 책에서 재즈 음반 프로듀서 노먼 그랜츠가 기획한 콘서트 ‘재즈 앳 더 필하모닉'(JATP) 출연 멤버들이 참여한 음반 ‘잼 세션’ 시리즈에 담긴 DSM의 미(美)를 극찬한다.
“‘잼 세션’ 시리즈 재킷에서 DSM은 하나같이 검은색 선과 붓만 사용했다. 그리고 배경에 단색을 곁들였을 뿐, 그 이상의 색은 일절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 이런 깊은 맛이 나는 일련의 디자인을 만들어내다니 역시 대단하다. 손에 들고 바라보기만 해도 멋진 음악이 들려오는 듯하다.” (193쪽)
책은 단순한 재킷 감상집에 머물지 않는다. 레코드와 아티스트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서술한다. DSM은 자켓 디자이너를 넘어 재즈 아티스트와 소통하며 특징을 파악했다.
“그는 뮤지션들과 개인적 친교를 맺고 녹음 스튜디오에 빈번히 드나들며 각 연주자의 성격과 습관과 표정, 변화 등을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그들의 모습을 그렸다. 재즈라는 음악을 좋아했고, 재즈 맨이라는 인종을 좋아했던 것이다.”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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