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쏟아지는 인기영상 모아보기 🔥

신명나는 ‘판굿’부터 ‘세종조 회례연’까지…국악의 깊이를 되새기다[객석에서] 1

AD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소고를 든 연희꾼들이 상모를 돌리며 판굿의 흥을 돋운다. 빠르고 경쾌한 장단에 맞춰 신명나는 연희 판을 벌이자 무대 위의 흥이 달아오른다.

경복궁 근정전에서 300여 명의 공연단이 세종대왕 앞에서 궁중 연례악과 무용을 선보인다. 세종 15년인 1433년 정월 초하루에 벌어진 ‘회례연(會禮宴·왕과 신하가 정과 뜻을 나누고자 베푸는 잔치)’를 재현한 무대다.

첫 국악의 날을 기념하는 국악주간에 신명나는 풍물 가락과 상모놀이가 어우러진 전통 판굿부터 절제와 품격이 느껴지는 궁중예술 ‘세종조 회례연’까지 다양한 연희가 펼쳐졌다.

지난 5일 국악의 날에 펼쳐진 ‘연희 판’에서는 황해도 사자놀이와 버나(접시 돌리기), 살판놀이, 죽방울(줄에 매달린 나무공을 튕기는 놀이)와 같은 기예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익살스러운 사자 탈을 쓴 연희꾼들이 무대에서 덩실덩실 사자춤을 추다가 곡예를 부리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접시를 아슬아슬 돌리는 경기·충청 지역의 버나에 이어 두 명의 연희꾼이 연이어 공중 점프를 하는 살판놀이도 볼거리다. 재담꾼이 “얼른 가서 파스 붙여”라고 익살스럽게 한마디 보태면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경상도 죽방울 및 무을북놀이와 전라도 버꾸(작은 북)춤도 무대에 올랐다.

무을북놀이는 빠르고 역동적인 가락 속에 큰 고깔을 쓴 연희꾼들이 등장한다

버꾸춤은 전남 해안 지역에서 행해지던 농악놀이를 무대화한 춤이다. 버꾸는 농악북보다 작고 소고보다 큰 중북으로, 버꾸를 손목에 걸고 가락을 치며 버꾸를 돌리고 차올리며 친다.

여성 3명과 남성 2명이 무대에 올라 흥겨운 장단에 맞춰 버꾸를 치며 춤사위를 선보였다.

이어 경기·서도·남도 등 팔도를 대표하는 민요들을 모은 ‘팔도민요연곡’에서 소리꾼들이 익숙한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을 선보였다. 소리꾼이 “날좀 보소 날좀 보소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날좀 보소”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등 민요를 부르자 관객들도 박수를 치며 흥에 절로 젖어들었다.

재담꾼은 관객석을 향해 “지금 무엇이 느껴지시나요? 지금 느껴지는 것은 ‘신명’입니다. 느껴지세요? 신명나는 무대입니다”라고 흥을 돋웠다.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무대는 ‘대동한판’이다.

팔도 예인들이 모인 화합의 ‘판굿’이 펼쳐졌다. 판굿은 농악의 일종이다. 이번 판굿은 경기·충청, 전라도, 경상도 세 지역의 대표적인 풍물가락을 바탕으로 민속악단이 재구성했다.

‘덩기덕 쿵덕 쿵덕’ 장단에 맞춰 북과 장구, 꾕과리, 소고 등을 치는 연희꾼들이 3열로 혹은 원을 그리며 군무를 췄다. 소고를 든 연희꾼이 빠르고 흥겹게 상모를 돌리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날 ‘연희 판’은 신명과 흥이 넘친 무대였다. 관객들은 신명나는 악기 소리와 소리꾼의 노래, 그리고 장단에 하나가 됐다.

지난 7일 개최된 ‘세종조 회례연’은 화려하고 웅장하면서도, 절제된 궁중 악무(樂舞)를 선보인 무대였다.

세종조 회례연은 2013년 이후 12년 만에 경복궁에서 재현됐다.

“국왕 전하 납시오”라는 외침과 함께 북 소리가 ‘쿵 쿵 쿵 쿵’ 울렸다.

세종대왕(강신일 분) 행렬이 등장하자 온 관객이 예를 갖추는 뜻에서 일어나 왕을 맞았다. 시간이 600년 전으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세종은 예(禮)와 악(樂)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유교 정치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음악 제도를 정비하고 악보와 악기를 새로 만들었다. 삼국·고려로 이어온 음악들을 모두 정리해 신악(新樂)을 창제해 우리나라 악무의 근간을 마련했다. 1433년 1월 1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회례연은 그 결과물들을 집대성해 내놓은 자리였다.

국립국악원은 6월 5일 국악의 날이 세종이 지은 악곡 ‘여민락’이 최초로 기록된 날(1447년 음력 6월 5일)을 따른 것을 고려해 세종의 애민(愛民) 정신을 잇고자 이날 회례연을 선보였다.

아악서 제조 박연은 임금 앞에서 그간의 아악 정비 경과를 보고했다. 박연은 “옛 문헌에 흩어져 있던 향악, 당악, 아악의 음악대를 한 군데로 모았고, 여기에 악기와 악보법을 보기 쉽게 그림과 글로 써서 책으로 만들었나이다. 또 우리 조선의 표준음을 찾았고, 역사상 처음으로 편경을 만들었나이다”라고 아룄다.

회례연에서 임금에게 술잔을 다섯 차례에 걸쳐 올리는 동안 조선의 대표 궁중 연례악 ‘보허자’, 남녀 사랑을 담은 ‘동동’, 대표적인 관악 협주곡 수제천 등이 연주됐다. 수제천은 장중하고 완만하면서도 독특함을 지녀 우리 국악의 백미 중 백미로 꼽힌다.

태평소와 대금, 피리, 북 소리가 인상적이었던 궁중 연례악은 백성들이 즐겨 부르던 민요, 농악과 달리 느린 장단에 맞춰 절제된 연주를 선보였다.

세종은 “나라를 다스림에 예와 악보다 중요한 게 없도다. 오늘을 계기로 조선의 예악과 문물이 찬란하고 크게 갖추어졌다. 처음 하는 일이었는데 드디어 완성에 다다랐으니 과인은 이를 더욱 기뻐하노라”며 문무백관들에게 술을 하사했다.

조선시대 궁중 연향에서 궁중춤을 추던 무동들이 이날 무대에서는 ‘문무’와 ‘무무’, ‘무고’ 등을 췄다. 수제천과 함께 올린 ‘무고'(북을 두드리며 추는 한국의 궁중춤)는 웅장하면서 격조와 절제를 보여주는 춤이었다.

국립국악원은 ‘국악주간’인 이달 15일까지 다양한 공연을 개최한다.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선 10~12일 김덕수, 곽태규, 이호연 등 100인 명인이 무대에 오른다. 같은 기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국악관현악을 연주한다.

이밖에 14일까지 국립국악원에선 즉흥 연주의 깊이를 배울 수 있는 ‘즉흥-국악마스터클래스’ 강좌가 진행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609_0003206366

AD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