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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시대, 무엇을 믿을 것인가…연극 ‘빅 마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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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조작은 조작이야. 윤리적인 조작이 어디 있어?”

신문사 뉴욕탐사의 편집국장 오웬이 딸 로즈에게 묻는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서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다른 미래를 선택하게 만들고 싶다’는 딸의 주장에 대한 일갈이다.

오웬은 “아빠는 진실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설득해 왔다”고 하지만, 딸은 “정말 진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묻는다.

서울시극단의 신작 연극 ‘빅 마더’가 던지는 묵직한 화두다.

이준우 서울시극단장 겸 연출은 30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빅 마더’ 프레스콜에서 “미디어 환경과 데이터 시대, 알고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희곡이 흥미로웠다”며 “관객들이 미디어 환경과 투명성, 그리고 우리가 얻고 잃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랐다”고 밝혔다.

이 연출의 부임 후 첫 작품인 ‘빅 마더’는 프랑스 극작가 멜로디 무레의 원작을 국내 초연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정치, 미디어, 빅데이터가 결탁한 현대 사회의 구조를 스릴러 형식으로 긴박하게 풀어낸다.

극 중 ‘뉴욕탐사’ 기자들은 현직 대통령 성추문 영상의 진위를 추적하다 배후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조작 시스템’을 발견한다. 하지만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여론 조작 앞에서, 단순히 진실을 밝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한계에 부딪힌다.

작품은 이용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취향을 예측하고 정보를 선별하는 알고리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걔네의 진짜 목표는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선택할 자유의지를 빼앗는 것”이라는 대사가 이를 관통한다.

이 연출은 “알고리즘이 우리의 욕망까지 예측해 끌고 가는 것이 무섭게 느껴졌다”며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라이브캠과 스크린을 적극 활용해 미디어 환경을 무대 위에 구현했다.

이 연출은 “의도한 건 아닌데 묘하게 선거철에 만나게 됐다”며 “무대 자체가 하나의 스튜디오처럼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상 촬영을 사용했다. 일련의 장면들이 하나씩 만들어지고 소모되는, 때로는 쇼츠 같은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배우 유성주와 조한철이 오웬 역을 맡아 열연한다.

조한철은 “사회적인 관심이나 정치적 성향까지도 조정 받을 수 있다는 걸 보고, 무서워졌다. 정말 요즘 이야기라는 지점에서 많이 끌렸다”고 말했다.

유성주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조차도, 내가 모르게 되는 세상이 온다는 생각을 했을 때 이건 경계해야하지 않을까”라고 작품의 의미를 짚었다.

빠른 호흡으로, 여러 장면들이 교차돼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도 작품의 특징이다.

이 연출은 “최근 본 희곡들 중 가장 씬이 많았다. 58개에서 60개 정도가 된다”며 “무대도 다 유리라 기댈 곳이 별로 없다. 이 공간 안에서 해결을 다 해야하니 어렵기도 하다. 배우들도 ‘살아야 된다’는 각오로 무대에 오를 것”이라며 멋쩍어했다.

뉴욕탐사 기자인 케이트 역을 맡은 최나라는 “짧은 장면이 계속 나열되지만 그 안에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며 “어떤 정보를 중심으로 실타래를 엮어야 할지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많은 장면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다소 어수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이 연출은 “장면이 많다 보니 대본 자체에 산만함이 있다”면서도 “이 작품의 특성으로 접근했다. 뭔가를 들여다 보려고 SNS나 유튜브를 찾다 다른 데 가있는 경험을 하지 않나. 장면이 나열된 지점도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을 비춰보려고 만든 게 아닐까”라고 부연했다.

극의 말미 뉴욕탐사의 기자 알렉스는 “사람들이 우리를 신뢰하게 하려면 바로 지금 같은 순간에 우리가 그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며 진실을 알리는 기자로서의 소명을 환기한다.

이 연출은 “결국 저널리즘으로 귀결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기자들이 굉장히 일을 열심히 하기 보다 각자의 사연 속에서 허우적댄다”며 “사건을 만나고, 일을 시작한다. 결국 저널리즘의 회복으로 이야기가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작품의 마지막에 흐르는 내레이션에도 이 같은 메시지가 그대로 담겨있다.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기자를 죽여도 우리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이날 개막하는 ‘빅 마더’는 다음 달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330_0003570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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