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민요를 주제로 잡으면서 (아티스트들에게) 당부한 것은, 히트곡이 하나만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국립극장 대표 여름축제인 ‘여우락 페스티벌’의 이희문 예술감독은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에서 ‘민요의 재발견’을 주제로 다채로운 민요의 향연을 펼치는 ‘2025 여우락 페스티벌’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樂)이 있다’의 줄임말이다. 2010년 첫 축제를 개최한 이래 누적 관객 8만2000여명을 불러 모으며 국내 대표적인 국악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희문 예술감독은 “민요는 그 시대 유행가, 즉 과거의 가요”라면서 “지금은 비주류 문화가 되었지만, 훌륭한 뮤지션을 통해 다시 소환해서 유행시켰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코로나 이전보다 살기 어려워졌다. 잠깐 ‘요상한 민요’들을 부르는 저희들과 함께 (관객들이) 힘든 것을 내려놓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희문 감독은 ‘축제는 결국 재미있어야 한다’라는 기조 아래, ‘여우락’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창적인 콘셉트의 무대를 펼쳐낸다.
다음 달 4~26일 ‘요상한 민요 나라’라는 판타지 세계관 속에서 이희문이 ‘요상한 민요 나라 히무니’로 화려한 축제의 막을 열면, ‘수호자’ ‘마법사’ ‘연금술사’로 분류된 아티스트들이 23일간 총 12개 작품 16회 공연을 선보인다.
인순이를 비롯해 싱어송라이터 최백호,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소리꾼 박애리, 인디밴드 까데호 등 역대 최다 규모인 2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대중가요·정가·클래식·현대무용·재즈·인디음악 등 각 세대와 장르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음악 언어로 민요를 다채롭게 변주할 예정이다.
이희문 감독은 “코로나 이후 ‘여우락’ 공연장을 찾았을 때 예전의 들썩들썩하던 축제 분위기가 안 느껴졌다”며 “그래서 예전 축제의 분위기를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전통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되게 잘 하고 있고, 뭔가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단지 아쉬운 것은 히트곡이 안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여우락이 16회를 맞았는데 민요가 아직 히트가 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관람 포인트’가 어떤 부분인지 묻는 질문에 이희문 감독은 “어떤 요상함이 있는지 봐주면 좋겠다”면서 “오시는 분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이 지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아티스트들에게도 재미있게 해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쇼케이스에서 ‘마법사’ 칭호를 얻은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은 거문고 연주자 겸 작곡가 이재하의 연주로, 남도민요 ‘흥타령’을 모티프로 한 ‘꿈이로다’와 웅산이 곡을 쓴 ‘광대가’를 불렀다.
웅산은 “(이희문 예술감독이) 이재하라는 멋진 아티스트를 붙여놨을 땐, 마법이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희문 선생님을 믿고 따라가다 보면 나머지 부분에서 또다른 마법을 만들어주실 것 같다. 새로움으로 장착된 음악적 확장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연금술사’란 호칭을 얻은 소리꾼 정은혜와 인디밴드 까데호도 이날 무대에 올랐다. 연금술사는 민요에 낯선 장르의 감각을 더해 새 생명을 불어넣는 실험가들이다. 민요와 정가, 인디밴드, 클래식, 현대무용 등 서로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존의 틀을 깨는 예술적 결합을 시도한다.
정은혜는 남도민요 ‘까투리 사냥’을 재해석한 무대에서 랩을 하듯 ‘후여’ ‘후여’를 반복하며 스타일리시한 민요를 선보였다.
다음 달 4~5일 진행되는 개막 공연에서는 이 예술감독이 가수 민해경, 뮤지컬 배우 아이비, 힙합듀오 마이티 마우스 등 스페셜 게스트와 무대를 함께한다.
인순이는 같은 달 9~10일 서도민요 소리꾼 유지숙과 공연 ‘두 사랑 이야기’를 펼친다. 인순이가 부르는 판소리 ‘수심가’, 유지숙이 부르는 가요 ‘눈물의 연평도’ 등 서로의 장르를 바꿔 부르는 공연을 볼 수 있다.
인순이는 “서도소리는 템포는 빠른데 바이브레이션이 깊게 내려간다. 어떻게 소화해야 하나 고민 중인데, 제 첫 곡이 수심가다”라며 “정말 수심이 가득하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들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웅산은 거문고 연주자 이재하와 7월 17~18일 ‘모드'(MODES)라는 공연에서 전통 민요의 선율과 재즈의 호흡이 교차하는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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