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올봄 궁궐이 우리 일상으로 들어온다. 궁궐이 보기만 하는 역사 유적지가 아닌, 일상에서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한다.
오는 25일부터 내달 3일까지 ‘2026 봄 궁중문화축전’이 서울 5대 궁에서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첨단 기술, 사회적 가치를 담아낸 신규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창경궁에서의 ‘영춘헌, 봄의 서재’, 창덕궁에서의 ‘효명세자와 달의 춤’, 경복궁에서의 ‘궁궐 안전 캠페인: 궁궐수호가’와 ‘장악원 악사와 떠나는 경회루 나들이’, 창경궁에서의 ‘왕비의 취향’ 등 5가지다.
국가유산진흥원 관계자는 “새롭게 선보이는 5개 프로그램 모두 명확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영춘헌 워케이션은 라이프스타일 반영, 효명세자 투어는 미디어아트 융합, 궁궐수호가는 국민 참여형 구조, 장악원 나들이는 사회적 배려, 왕비의 취향은 몰입형 연극이라는 각기 다른 혁신 포인트를 담았다”고 말했다.

◆궁궐로 출근하다
정조의 독서 공간이었던 창경궁 영춘헌이 현대적 ‘워케이션(Workation)’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오는 27일부터 5월 1일까지 운영되는 ‘영춘헌, 봄의 서재’는 1인 업무 공간과 무선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전각에서 업무나 독서에 집중하고 일이 끝나면 대온실에서 향낭을 만들거나 궁중차를 마시며 쉴 수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MZ세대 사이에서 ‘워케이션’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했다”며 “문화유산을 관람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생산성과 휴식을 동시에 누리는 장소로 확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전예약 200명, 현장 참여 500명 등 총 700명이 참여할 수 있다.

◆ ‘보는 야간 관람’에서 ‘참여형 서사’로 풀어낸 궁궐 일상
창덕궁이 밤이 되면 미디어아트가 펼쳐지는 전시장과 체험공간이 된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효명세자와 달의 춤’은 야간 프로그램에 미디어아트를 도입한 몰입형 투어다. 참가자들은 1828년 어머니 순원왕후의 40세 탄신 연회를 준비하던 효명세자의 선택을 돕고 궁중연향을 완성하게 된다.
참가자들은 장악원 전악 김창하를 따라 금호문에서 연경당까지 밤의 창덕궁을 거닐며, 보상무·무산향·춘앵전·박접무 네 편의 궁중정재 준비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공간마다 미디어아트 연출이 더해져 참가자들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진흥원 관계자는 “단순히 관람객이 보는 야간 관람을 넘어 참여하고 선택하는 능동적 경험으로 진화했다”며 “미디어아트는 기술 과시가 아닌, 스토리를 더 깊이 전달하는 도구로 활용됐다”고 말했다.
내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해 총 240명이 참여할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시민이 함께 지키는 궁궐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첨단 AI 기술을 활용한 관람객 참여형 캠페인이 펼쳐진다.
오는 25일부터 내달 3일까지 열리는 이 캠페인은 궁궐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해 지역 주민과 궁 방문객들이 함께하는 AI 기반 뮤직비디오 제작 프로그램이다. 관람객들이 현장에서 안전 메시지를 담은 가사를 쓰면 AI가 이를 취합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특히 지난 3월 지역 주민들이 사전 워크숍을 통해 AI 기술로 제작한 캠페인 영상에 대해 방문객들이 축전 기간 직접 투표를 진행한다.
진흥원 관계자는 “관람객들은 전시된 영상을 감상하고 투표에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상에 어울리는 가사를 직접 써보는 이벤트에도 동참할 수 있다”며 “이는 단순히 AI 기술을 관람하는 수준을 넘어, 시민이 창작 주체가 되어 첨단 기술을 체험하는 시도”라고 말했다.
완성된 최종 뮤직비디오는 축전 종료 후 온라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문턱을 낮춘 경복궁 경회루
사회적 가치 실현 역시 이번 축전의 중요한 변화다.
오는 25일부터 5월 3일까지 경복궁 경회루에서 펼쳐지는 ‘장악원 악사와 떠나는 경회루 나들이’는 한부모 가족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초청해 궁궐에서 특별한 하루를 경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전통 향악기 풀피리 체험, 판소리 ‘사랑가’ 배우기, 생황 연주 및 판소리 감상, 전문 사진작가의 가족사진 촬영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장악원 악사와 함께 아름다운 경회루를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남기는 경험은 일상에서 쉽게 누리기 어려운 것들”이라며 “문화유산 향유의 기회를 확대하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궁궐 일상으로 들어가는 몰입형 궁궐 극장
왕비의 생활 공간인 창경궁 통명전이 조선시대 궁궐 여성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이 된다. 오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관객 참여형 연극 ‘왕비의 취향’이 무대에 오른다
‘왕비의 취향’은 왕비의 생활 공간으로 사용됐던 통명전을 활용해 조선 궁궐 여성들의 장식문화와 포장예술 문화를 조명해 보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상궁의 환대를 받고 왕비를 만나는 설정을 도입해 참가자가 역사의 일부가 되는 깊은 몰입감을 제공하며, 연극 후에는 전통 보자기 포장 기법 체험과 국가무형유산 공예품 28여 점의 전시 관람이 이어진다.
진흥원 관계자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왕비를 만난다’는 설정 속에서 참가자가 직접 역사의 일부가 되는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며 “일부 회차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초청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어 소외계층에 대한 문화 접근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30일 행사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초청행사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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