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오페라가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는 게 연출의 첫 의도였습니다.”(이혜경 연출가)
시네마틱 오페라 ‘메러디스’가 새로운 항해에 나선다.
‘메러디스’는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을 다룬 작품이다. 1950년 겨울,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흥남부두에서 정원 60명에 불과한 배에 1만4000명의 피란민을 태워 거제까지 안전하게 이송했다. 항해 도중 선내에서 다섯 명의 아이도 태어나 ‘기적의 배’라는 별칭을 얻었다.
2022년 초연한 작품으로 한국의 역사적 실화를 연극이나 뮤지컬이 아닌 오페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뒀다.
이 연출은 15일 서울 강남구 삼익아트홀에서 열린 ‘메러디스’ 제작발표회에서 “발레에서 심청이나 춘향을 서양 무용에 입힌 것처럼, 오페라도 어느 나라의 언어이든 접목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음악도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큰 이질감이 없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큰 장점”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용주 작곡가는 “오페라를 감상할 때 대중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게 ‘뭘 상징하지’를 생각하다 흐름을 놓치는 부분이다. 우리는 음악에만 귀기울이면 스토리에 허름을 놓치지 않게 연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시네마틱 오페라라는 장르명처럼 클래식 오페라의 음악성과 영화적 리얼리즘을 결합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연출가는 “‘시네마틱’이라고 하게 된 계기”라며 “1만4000명의 피란민을 표현할 때 CG(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객석에서 영화 한 편을 보는 느낌을 줄 것”이라고 했다.
연극적인 요소도 추가한다.
이 연출가는 “오페라가 많이 어렵게 느껴지는 숙제가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은 노래는 성악가가, 드라마는 배우가 하는 걸로 철저히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 배우 하도권은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레너드 라루 선장’ 역을 맡아 첫 오페라에 도전한다.
“늘 오페라에 미련이 있었다”는 하도권은 “현시대를 살게 해주신 분들, 나라를 희생하신 분들을 작품으로 후대에 알려주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뮤지컬 무대에 복귀했는데, 첫 오페라를 하려니 어려움도 많다. 한 음, 한 음 더 신경 써야 하고, 발성도 예리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라 도움을 많이 받으며 준비하고 있다”며 웃었다.
라루 선장 곁에서 피란민 구조를 돕는 외신기자 ‘윤봉식’ 역을 맡은 배우 박호산은 노래가 아닌 연기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박호산은 “오페라와 내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를 맡아달라고 하시더라. 어떤 형식일지 궁금했는데, 대본을 보고 새롭게 도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도권은 “TV에서 보던 박호산이 무대에서 연기하고, 열심히해서 성악가처럼 부르려고 한다”며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도권과 박호산 외에도 윤봉식의 아내 ‘최덕자’ 역에 소프라노 정아영·이상은,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일등항해사 ‘로버트 러니’ 역에 테너 김은국·원유대, 피란민 ‘강금순’ 역에 배우 김민지, 치매를 앓는 윤봉식의 노모 역에 배우 박무영이 출연한다. 또한 위너오페라합창단, 브릴란떼어린이합창단, 코리아쿱오케스트라, LK오페라무용단이 협연해 총 80명의 출연진이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 무대에만 서 왔다는 김민지는 “이런 장르가 처음”이라며 “오페라라고 하면 주로 정적인 자세에서 한다. ‘메러디스’는 움직임도 많아 에너지 소모도 클 것 같다. 기대도 되고, 많이 배울 것 같다”고 말했다.
‘메러디스’는 6월6일부터 8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