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사람은 무엇을 경외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찬미와 혐오, 그 두 감정이 부딪히는 틈새에서 인간의 얼굴이 드러난다.
옵스큐라가 15일부터 여는 ‘숭배, 혐오 그리고 인간다움’은 두 감정의 극단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색하는 전시다.
김기라와 박치호, 서로 다른 언어로 시대의 인간을 그려온 두 작가가 ‘숭배’와 ‘혐오’라는 상반된 정념을 매개로 인간다움의 근원을 되묻는다.
박치호는 회화를 통해 인간 신체의 물질성과 정신성을 동시에 탐구한다.
그의 화면 속 몸은 완전한 이상이 아니라 상처 입은 현실의 육체다. 근육과 주름, 상처를 따라가는 세밀한 붓질은 인간의 나약함을 경외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 속에는 연약함을 존엄으로 치환하려는 시선과, 그 앞에서 느끼는 미묘한 불편함이 공존한다. 작가는 우리가 외면해온 존재의 불완전성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한다.
김기라는 드로잉과 영상, 오브제를 통해 인간의 사유를 해부한다.
선과 기호로 얽힌 그의 화면은 숭배와 혐오의 단상을 병치하며 희극과 비극, 관념과 물질의 경계를 넘나든다. 영상 ‘Blind and Mute’에서는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상태를 현대 사회의 감정적 불능으로 은유하고, 두리안 오브제는 향과 맛의 이질성을 통해 인간의 모순적 감각을 드러낸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옵스큐라3(양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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