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잇츠 쇼타임!(It’s Showtime)”
저승이 이렇게까지 유쾌할 수 있을까. 뮤지컬 ‘비틀쥬스’는 블랙 코미디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 위에, 김준수의 과감한 변신이 더해져 한층 경쾌한 무대로 돌아왔다. 김준수는 욕설과 애드리브, 능청스러운 애교와 섹시함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품 전체의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지난달 16일 개막한 ‘비틀쥬스’는 1988년 제작된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100억년 동안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갇혀있는 유령이자 저승가이드 비틀쥬스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다.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소녀 리디아와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령이 된 아담·바바라 부부가 만나며 벌어지는 소동 속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팀 버튼 감독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은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펼쳐진다.
비틀쥬스가 손끝에서 만들어 내는 불꽃, 리디아와 바바라의 공중부양 같은 특수효과에 화려한 조명과 다양한 효과음 등이 더해지면서 낯설지만 설득력 있는 ‘저승’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다락방과 거실, 무덤으로 끊임없이 바뀌는 세트 전환도 볼거리다. 특히 집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서사에 반응하는 하나의 캐릭터처럼 기능한다.

2021년 초연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이번 재연의 가장 큰 변화는 진해진 ‘말맛’이다. 코미디언 이창호가 코미디 각색에 참여하면서 국내 관객에게 익숙한 유머 코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안녕, 잔인한 인간 세상아! 다시는 만나지 말자”였던 초연의 대사는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 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로 바뀌었다. 이는 밈으로도 유명한 애니메이션 ‘이누야사’의 대사다.
비틀쥬스가 리디아에게 건네는 ‘망자의 함’이 국내 관객에게 친숙한 이마트의 노란색 부직포 장바구니로 등장하는 장면 역시 예상 밖의 웃음을 만든다.
관람등급도 8세에서 14세 이상으로 조정되면서 보다 과감하고, 직설적인 대사가 더해져 한층 직설적인 웃음을 선사한다.
초연에도 출연했던 정성화와 함께 이번 시즌에는 김준수, 정원영이 비틀쥬스 역을 나눠 연기한다.
김준수는 ‘드라큘라’, ‘데스노트’, ‘모차르트!’ 등에서 보여준 진지한 이미지와 달리 능청스러움과 장난기, 애교와 섹시함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아이돌 그룹 출신다운 몸놀림은 기괴한 유령 비틀쥬스의 생동감을 더한다.
배우마다 다른 애드리브도 극에 재미를 더한다. 김준수가 아담에게 건네는 명함에 ‘팜트리 아일랜드 대표 김준수’라고 적혀 있거나, 투명함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김준수 옆을 지나가는 네 남친”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죽음과 저승이라는 소재는 어둡게 흐르기 쉽지만 작품은 그 이면에서 삶을 바라본다. 떠남을 받아들이는 방식, 남겨진 이들의 상처, 다시 살아가는 용기에 대한 메시지가 유머와 함께 스며든다. 웃음 뒤에 남는 여운이 짙게 남는다.
공연은 3월 2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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