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끊임없이 배우고 탐구하는 자세로 음악을 대합니다. 늘 새롭고 흥미로운 레퍼토리를 찾고 있으며 고전 명곡들도 신선하게 재해석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이먼 플레처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대표)
오는 4월 3∼8일 내한 공연을 앞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Chamber Orchestra of Europe, COE)가 최근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추구하는 음악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인터뷰에는 사이먼 플레처 오케스트라 대표, 로망 기요 클라리넷 수석, 리에 코야마 바순 수석, 야스퍼 드 발 호른 수석이 응했다.
COE는 1981년 유럽 연합 유스 오케스트라(European Youth Orchestra, EUYO) 출신의 단원들이 창단한 실내악단이다. 창단 이래 음반 약 250장을 발매했고 그래미상 2회, 그라모폰 올해의 음반상 3회 등을 수상했다. 음악감독이나 상임 지휘자 없이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 각지에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 수석, 실내악 연주자, 음악 교수 등 단원 60명이 함께하고 있다.
플레처 대표는 “COE는 특정 국적이나 소속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원들과 음악에만 충실하다”며 “독립적인 조직으로서 예술적 원칙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의 힘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위로할 뿐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깊은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도록 돕는다”며 “마음과 머리를 울리는 깊이 있는 음악을 통해 관객들이 스스로 필요한 답을 찾도록 돕고자 한다. 무대 위, 아래에서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공연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내한하는 COE는 지난 공연과 마찬가지로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협연을 펼친다. 이들은 프로그램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선택했다. 다음 달 7~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에서는 이틀에 걸쳐 협주곡 전곡을 들려준다.
드 발 호른 수석은 “다시 한국에 오게 되어 정말 기쁘다”며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서 김선욱과 함께 한국 관객들에게 저희 음악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영광”이라고 공연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 오케스트라는 베토벤을 연주해 온 매우 긴 역사를 갖고 있다”며 “베토벤 음악은 우리의 유전자 속에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다른 악단과는 차별점을 강조했다.
코야마 바순 수석도 “3년 전 공연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며 “당시 김선욱과 오케스트라 사이에 매우 강력한 음악적 교감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그와 베토벤의 모든 피아노 협주곡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COE가 갖는 장점으로 결속력과 유연성을 소개했다.
기요 클라리넷 수석은 “모든 연주자 사이의 연결고리가 더 끈끈하다고 느껴진다”며 “솔리스트뿐만 아니라 현악기, 팀파니 주자까지 하나로 연결된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코야마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무대 위에 80명이 넘는 심포니 오케스트라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며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는 더 민첩하고 투명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에 답한 연주자들은 모두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다.
기요 수석은 서울대 음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코야마 수석은 플루티스트 조성현,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오보이스트 함경 등 한국인 연주자들과 바이츠 퀸텟으로 활동한다. 드 발 수석은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객원 수석과 지휘자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기요는 “한국 음악가들은 매우 규율이 잘 잡혀 있고 열심히 노력하며 경쟁심이 강하다”며 “대부분 한국 음악가는 가족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어 이는 그들이 성공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때로 지나치게 경쟁적일 때가 있다”며 “음악가의 삶은 올림픽이 아니다. 음악가의 삶을 철학적이고 인간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며 이러한 측면을 젊은 학생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코야마는 “퀸텟는 항상 유머로 가득 차 있고 때로 진지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굉장히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며 “무대 위에서는 서로에게 힘을 얻고 쉬는 시간에도 항상 즐거운 팀입니다. 이 앙상블을 너무나 사랑하며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한국 관객들이 보여주는 열정과 에너지는 정말 특별합니다. 젊은 관객들이 클래식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과 영감을 받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공연장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것도 저희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다시 한국에서 연주하고 한국의 팬들과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플레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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