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홍주석 인턴 기자 =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비상계엄 이후 혼란한 대한민국 사회를 우려하며 헌법재판소에 신속하고 정의로운 결정을 촉구했다.
21일 유 추기경은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에 영상 담화문을 내고 “대한민국의 현실을 모른 척 외면할 수 없다. 지난해 말 고국에서 벌어진 계엄선포라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하고 참담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유 추기경은 “다행히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 해제를 의결함으로써 국가적 비극으로 치닫는 일은 일단 멈추었고 수많은 국민이 추위를 뚫고 광장과 거리로 나와 함께 하면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벌써 시간은 혹한을 지나서 3월 하순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상황은 마무리되지 않은 채 국민의 마음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했다.
그는 “법은 상식과 양심으로 해결이 안 되는 일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인간 사회의 최후 보루”라며 “따라서 되도록 상식과 양심 안에서 해결될 수 있어야 좋은 사회”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양심이라는 말이 빛을 잃은 지 오래”라며 “법에만 저촉되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해도 된다는 마음을 넘어, 법을 가볍게 무시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무서운 마음이 자리 잡았다”고 토로했다.
또 “누구보다 정의와 양심에 먼저 물어야 하는 사회지도층이 법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유 추기경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헌법재판소에 호소했다.
그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한 갈급한 마음을 가지고 헌법재판소에 호소한다. 되어야 할 일은 빠르게 되도록 하는 일이 정의의 실현이며 양심의 회복”이라며 “우리 안에, 저 깊숙이 살아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유 추기경은 담화문을 발표한 배경에 관해 “사회 지도층과 종교계 많은 분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건강을 걱정하고, 비상계엄 후 우리나라의 무질서하고 어려운 현실에 대해 의견을 표시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근황을 전하면서 기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교황의 병이 호전되어 곧 교황청으로 돌아오실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 세계의 많은 분의 간절한 기도에 감사드린다. 계속된 기도를 통해 교황님의 심신이 회복하길 간구한다”고 했다.
유 추기경은 2021년 6월 한국인 성직자로는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됐다. 다음 해 5월에는 한국인 네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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