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저는 이런 취향이에요. 소극장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연극이요.”
대학로 소극장에서 코미디 연극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코미디언 이경실이 설렘을 전했다.
이경실은 7일 서울 대학로 스타릿홀에서 열린 연극 ‘스페셜 보잉보잉’ 프레스콜에서 “대학로 연극은 대학 졸업 후 한 번 했던 것 같다. 거의 35년 만에 다시 하게 됐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코미디언인 이경실은 지난 2022년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로 33년 만에 연극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배우 이순재의 제안을 받고 무대에 올랐다.
3년 만에 다시 연극 나들이를 하게됐지만, 작품 규모부터 스타일까지 전혀 다르다.
대극장에서 상연된 고전 ‘갈매기’와 달리 ‘보잉보잉’은 코미디물로 소극장에서 상연한다.
이경실은 “‘갈매기’ 때는 ‘내가 언제 이순재 선생님과 같은 무대에 서겠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 취향인 연극은 아니었지만, 이순재 선생님과 추억을 쌓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내 취향은 이런 공연이다. 소극장이고, 재미있다. 관객이 재미있어야 하지 않나.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재미가 없으면, 나도 관객으로 가서 잠든 적도 많다”며 크게 웃었다.
‘보잉보잉’은 프랑스 극작가 마르크 까몰레티의 작품으로,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돼 2001년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이후 20년 넘게 공연되며 관객을 만나고 있다.
작품은 애인 셋의 비행 스케줄을 철저히 관리하며 몰래 데이트를 즐기던 조지섭에게, 어느 날 악천후로 비행기가 결항되면서 세 명의 애인이 모두 집으로 찾아와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이경실은 가정부 피옥희 역을 책임진다.
이경실은 “첫 공연의 긴장감은 연륜이 있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더라”며 “그래도 첫 스타트는 기분 좋게 끊은 것 같다”고 여유를 보였다.

지난 1일 개막한 이번 시즌, 작품에는 ‘스페셜’이란 제목이 더해졌다.
손남목 연출은 “스페셜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좋은 배우들과 함께, 작품도 과감하게 각색을 해서 새로운 극장에서 오픈했다”고 소개했다.
이경실의 출연도 ‘스페셜’한 부분이다. 손 연출은 “옥희라는 역할에, 제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의 배우가 왔으면 좋겠다는 갈증이 항상 있었다”며 “(이경실의 합류로) 극 중에서도 안정감이 생겨 작품이 더 풍성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의 역사가 긴 만큼 ‘보잉보잉’을 거쳐간 스타들도 많다. 배우 김선호, 안재홍, 안세하 등이 ‘보잉보잉’을 통해 데뷔했다.
손 연출은 “한때 스타 제조기 연극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웃음과 열정 같은 부분에서 타작품에 비해 많이 신경을 쓴다. 그런 열정이 장기 공연을 하며 훈련되다 보니 연기력에서도 방송 관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장래성, 상품성이 보이는 배우들을 캐스팅 하려고 한다”는 손 연출이 이번 시즌 손잡은 배우 중 한 명은 그룹 태사자 출신의 박준석이다.
손 연출은 박준석에 대해 “남자 주인공이 조금 허술해야 하는데, 박준석 씨가 많이 허술하다. 그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관객들이 박준석의 또 다른 매력에 빠질 수 있겠단 생각에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박준석은 “걸출한 배우들을 많이 배출한 작품이라 살짝 걱정했다”면서도 “내가 하는 박준석의 연기는 박준석밖에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저만의 색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합류하게됐다”고 말했다.
배우 이철민의 딸로 최근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내 새끼의 연애’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이신향은 이지수 역을 맡아 출연한다.
‘내 새끼의 연애’ 방송 전 ‘보잉보잉’의 오디션을 봤다는 이신향은 “대학로 상업극이 처음이다 보니 긴장이 많이 되는데, 연습실 분위기가 정말 좋다.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어 “아버지는 늘 그렇듯 묵묵히 응원하고 계신다. 다음 주중에 공연을 보러 오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페셜 보잉보잉’은 내년 2월 1일까지 대학로 스타릿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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