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뉴시스는 한 주 동안 문화예술계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들을 선정해 소개한다.
이번 주에는 한국의 클래식 무대에 서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성지 순례를 앞두고 지난 4일 입적한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만당 스님, 20년 만에 내한한 영국 로열 발레의 케빈 오헤어 단장이 선정됐다.
◆신작 ‘키메라의 땅’ 직접 프랑스어로 낭독
소설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4)가 한국 클래식 무대에 처음으로 선다.
베르베르는 다음 달 2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제 ‘힉 엣 눙크(Hic et Nunc)’에서 국내 출간을 앞둔 자신의 신작 소설 ‘키메라의 땅’을 직접 프랑스어로 낭독한다. ‘힉 엣 눙크’는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Here and Now)’라는 뜻이다.
베르베르와 친구 사이인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와 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 총감독의 제안으로 성사된 이번 공연은 8월 초 국내 출간 예정인 베르베르의 ‘키메라의 땅’을 테마로 한국 작곡가 김택수가 작곡한 ‘키메라 모음곡’을 연주한다. 작품은 총 8악장, 40분으로 구성됐다.
그가 한국의 콘서트홀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소설과 별개로 내레이션도 베르베르가 직접 썼고, 화면에는 영어와 한글 자막이 제공된다.
베르베르는 지난 1일 ‘제8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키메라의 시대’에 대해 “미래를 예측하는 소설”이라며 “지금으로부터 아주 가까운 미래, 10년 후의 생길 수 있는 것을 썼다”고 소개했다.
이어 “영화음악 같다고 생각했다. 시퀀스별로 상황이 있고 우리에게 감동을 온전히 주는 곡”이라며 “마치 음악이 한 문장이 돼 서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어머니가 피아노 교사였던 베르베르는 어릴 시절 클래식 음악을 접했다. 또 11살의 나이에 피콜로를 배웠다.
그는 “비발디의 피콜로 협주곡을 듣고 충격을 받고 (피콜로를) 배우고 연주했다”며 “드뷔시와 바흐의 작품을 좋아하고, 특히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학은 번역을 통해 변형이 일어나지만 음악은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며 “책은 독자의 각자 속도가 있지만 음악은 우리에게 주는 속도감이 정해져 있다”며 음악이 주는 감동을 강조했다.
미리 접한 김택수의 ‘키메라 모음곡’에 대해선 “한편의 영화음악처럼 기승전결 이야기를 갖추고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 관객도 이 곡을 듣고 ‘스탕달 신드롬'(뛰어난 예술 작품 앞에서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 현상)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등 한국 불교의 세계화에 앞장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만당스님이 지난 4일 입적했다. 세수 61세, 법랍 33년.
조계종에 따르면, 만당스님은 이날 새벽 전남 영광군 소재 불갑사 숙소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원적에 들었다.
불갑사 주지를 겸임하고 있는 만당스님은 이날 티베트의 불교 성지 순례를 위해 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만당스님은 지난해 2월 불교문화사업단을 맡아 템플스테이 활성화 등에 힘을 쏟았다. 올해 10월 말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외국인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등 불교문화를 알리는데 의욕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 4월 만암 대종사(1876~1957)의 생애를 다룬 ‘만암 평전'(조계종출판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철 불교계의 행태를 두고 “수행 공동체로서 도량 본연의 모습, 그리고 화합 승가로서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1964년생인 만당스님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지종스님을 은사로 1992년 사미계를 받았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 기획국장,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중앙종회의원, 중앙종회 부의장을 지냈다.
장례는 조계종 중앙종회장으로 실시한다. 분향소는 불갑사 만세루에 마련했으며 오는 7일 오전 10시 불갑사 경내에서 영결식을, 같은 날 오전 11시 다비식을 엄수한다.
◆20년 만에 내한…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
영국 왕립 발레단 ‘로열 발레’의 케빈 오헤어(59) 예술감독이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마곡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더 퍼스트 갈라’ 공연을 위해 20년 만에 내한했다.
오헤어 예술감독은 공연을 앞두고 지난 2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로열 발레에게 굉장히 중요한 국가 중 하나였다”며 20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갖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는 “로열 발레는 한국에서 여러 차례 공연한 적이 있다. 1985년 로열 발레 첫 내한 공연 때 무용수로 발레단과 함께 한국에 왔고, 2005년 신데렐라 공연 때도 방한했다”며 “우리의 해외 공연은 1년에 딱 한번만 하기도 하고 흔치 않은 기회인데, 시즌 막바지에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특별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로열 발레는 영국 내 빠듯한 공연 일정으로 해외 투어는 1년에 1~2개 도시에서만 진행한다. 올해는 한국과 이탈리아 2개 국에서만 공연한다.
1931년 ‘빅 웰스 발레(The Vic-Wells Ballet Company)’로 시작한 로열 발레는 전설적인 러시아 발레단인 ‘발레 뤼스’의 발레리나이자 영국 발레의 어머니라 불리는 니네트 드 발루아(1898~2001)가 창단했다. 프레더릭 애슈턴, 케네스 맥밀런, 웨인 맥그리거 등 안무가들의 작품을 보유한 세계 최정상 발레단이다.
로열 발레는 이번 내한 공연 ‘더 퍼스트 갈라’에서 고전 드라마 발레부터 컨템포러리(현대 무용)까지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오헤어 예술감독은 “한국에서 마지막 공연 이후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오늘날의 로열 발레’를 보여드리고자 한다”며 “저희가 선보이는 프로그램은 대표작 레퍼토리를 한 데 아우르는 일종의 스냅샷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조의 호수나 로미오와 줄리엣, 마농을 (런던의) 코벤트 가든 밖 서울에서 선보인다고 했을 때 원작 의도를 고스란히 담은 동일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관객이 느끼는 경험을 그대로 갈라에서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에 로열 오페라 하우스와 동일한 공연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로열 발레가 굉장히 특별한 점은 다국적 무용수들이 활동하는 단체라는 것”이라며 “특히 한국 무용수들이 이렇게 모국에 돌아와 공연을 할 수 있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공연엔 로열 발레단 최초 한국인 단원인 최유희와 지난해 퍼스트 솔리스트까지 고속 승급한 발레리노 전준혁 등 한국인 단원 4인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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