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뉴시스는 한 주 동안 문화예술계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들을 선정해 소개한다.
이번 주에는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백세희 작가, 열반한 송천은 전 원광대 총장,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권종택 보람출판사 대표 등 3명이 선정됐다.
◆베스트셀러 ‘죽고싶지만 떡볶어는 먹고싶어’ 남겨
에세이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쓴 백세희 작가가 향년 3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백 작가는 지난 16일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백 작가는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했다.
그는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진단받고 담당의와 상담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녹여낸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들이 의사를 찾아가도록 독려하는 효과를 냈다. 방탄소년단(BTS) RM이 읽었다고 소셜미디어(SNS)에서 밝힌 후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1·2편을 합해 국내에서 약 60만부 정도가 팔렸고 약 25개국에 수출됐다. 2022년 영국에서는 출간된 지 6개월 만에 10만부가 판매됐다.
백 작가는 다른 작가들과 함께 ‘나만큼 널 사랑할 인간은 없을 것 같아'(2021),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2022) 등의 책을 펴냈고 토크콘서트, 강연회 등을 열며 독자와 소통했다. 여성 작가 12명의 작품 속 인물 이야기를 엮은 ‘마음은 여름 햇살처럼'(2024)과 소설 ‘바르셀로나의 유서'(2025)를 낸 바 있다.
1990년 경기도 고양시에서 3녀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대학에서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5년 동안 근무했고 이 시기에 개인적 상처와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상담센터와 정신과에서 치료받았다.
백 작가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도움을 전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원불교 학문적 발전·인재 양성에 헌신
원광대 총장을 지낸 융산(融山) 송천은 종사(89)가 숙환으로 열반했다.
원불교는 원불교 학문적 발전과 인재 양성에 헌신해 온 송천은 박사가 지난 14일 오전 7시 15분께 원광효도요양병원에서 숙환으로 열반했다고 밝혔다.
1936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원불교 창시자이자 외조부인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직접 받으며 자랐다. 이리 남성 중·고등학교 졸업 후 1954년 원불교 교무(성직자)를 서원하고 출가했다.
고인은 고려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1961년 원광대 전임강사로 부임해 2년간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교환교수로 일했다.
대학에서는 초대 박물관장, 도서관장, 문리대학장, 대학원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특히 1994년부터 2002년까지 7~8대 총장을 맡아 대학의 경제적 기반을 다지고 ‘도덕대학’의 이념을 주창하며 대학 위상을 높였다는 평을 받는다.
고인은 학자로서 원불교의 학문적 체계를 개척했다.
원시불교와 원불교학에 천착한 고인은 1976년 ‘원불교 개교의 동기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연구는 원불교 출현의 당위성과 교리적 구조를 학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후 고인은 대한철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종교철학 연구로 종교철학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원불교 관계자는 고인에 대해 “일생을 원불교 교무와 학자로 살아오며,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학풍으로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강의와 설교를 강조했다”며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인품의 소유자이자, 결단력과 담력으로 난관을 극복해 온 지도자였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림책 시장 기틀 마련
그림책 시장의 기틀을 마련한 권종택(79) 보림출판사 대표이사가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3일 ‘제39회 책의 날’을 맞아 출판문화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에게 정부포상을 했다. 올해 포상 대상은 은관문화훈장 1명, 대통령 표창 2명, 국무총리 표창 2명, 문체부 장관 표창 24명 등 총 29명이다.
1976년 보림출판사를 창립한 권종택 대표는 국내 단행본 그림책 시장이 정착되지 않았던 1970년대에 다양한 국내외 그림책을 기획 및 출간해 단행본 그림책 시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어린이 인문·예술 교양서 발간과 어린이 음반 및 인형극장 설립 등으로 그림책 연령층과 영역 확장에도 기여했다.
보림출판사는 일찍부터 창작 그림책을 만들었고, 2000년부터는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을 열어 작가 발굴에도 앞장서는 등 국내 그림책 시장 개척에 큰 구실을 한 출판사로 꼽힌다. 2017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아시아 지역 ‘올해 최고의 출판사 상'(BOP)을 받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 표창은 고(故) 홍석 전 도서출판 풀빛 대표와 한봉숙 도서출판 푸른사상사 대표가, 국무총리 표창은 황민호 대원씨아이㈜ 대표와 김태웅 ㈜동양북스 대표가 받았다.
양서 출판·보급과 새로운 출판시장 개척 등 출판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은 24명에게는 문체부 장관 표창이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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