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갈아 넣어서 작품에 임하고 있습니다.”
베테랑 배우 이세창이 16일 서울 강남구 더샵갤러리에서 열린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제작발표회에서 무대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극단 툇마루가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1947년 발표된 미국 소설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1957년 영화로도 제작, 비비안 리와 말론 브란도가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다.
조금희 연출은 “좋은 고전 작품을 매년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이 극단 툇마루의 창단 취지”라며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된 한 개인의 모습을 심도있게 다루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타인과의 소통 부재, 뒤틀린 욕망, 인간의 본성 등이 얼마나 개인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가를 작품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작품은 20세기 초반 미국 남부지방의 적나라한 사회상과 더불어 인간의 욕망과 좌절, 희망과 현실 사이를 그려낸다.
조 연출은 “1947년 (원작을) 발표할 당시의 욕망이나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2025년 대한민국에서의 욕망은 같다고 본다. 인간의 본성, 이기심, 소통의 부재 등을 더 리얼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무대에는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오른다.
희망과 욕망의 희생자 블랑쉬 역은 방은희와 한다감이 맡았다.
58세에 블랑쉬를 연기하는 방은희는 “전 세계 통틀어 블랑쉬 중 제일 나이가 많을 것”이라면서도 “나이를 뛰어넘는 블랑쉬, 배우가 되고 싶다. 뼈를 갈고 있다. 응원해달라”고 굳은 의지를 전했다.
한다감은 이번이 첫 연극 도전이다. “설레고 긴장도 많이 된다”는 한다감은 “(공연을 하는) 10월 9, 10일에는 결과가 나온다. 어떻게 보면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날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연극이라는 무대를 감히 꿈꾸지 못했다. 너무 어려운 매체라고 생각했고,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매체라고 생각했다”면서 “영광의 기회가 와서 작품에 임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블랑쉬 역할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많은 배우들이 블랑시 역할을 하셨지만, 한다감이 했을 때는 어떤 블랑시가 나올까에 집중하면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제 진심과 목소리로 연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스탠리 역에는 곽도원이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이세항과 강은탁으로 교체됐다. 미치 역도 배기성에서 박형준으로 바뀌었다. 스텔라 역에는 서지유, 김세람이 합류했다.
캐스팅 변경으로 이번 작품을 함께하게 된 이세창은 “살아오면서 아주 우연히 맡았던 작품이 제 인생을 바꾼 큰 작품이었다”며 과거 길거리 캐스팅으로 출연하게 된 드라마 ‘딸부잣집’과 배우 교체로 급하게 투입된 드라마 ‘야인시대’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우여곡절 끝에 이번 작품에 들어오게 됐는데, 배우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싶다. 모든 걸 갈아넣어 임하고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는 다시 한번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잘 살려내겠다는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과거 연기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채 배우가 되고, 연기에 대한 혹평을 들었던 것을 되돌아본 이세창은 “이번 작품에서 30년 동안 배우 생활하며 쌓인 모든 걸 녹이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마치 대학교 3, 4학년 때의 모습으로 올인하고 있다”고 했다.
강은탁은 “연기를 꿈꾸는 모든 남자 배우들에게 스탠리라는 역할, (공연을 올리는) 국립극장이라는 무대는 너무나 이루고 싶은 꿈이다. 그 꿈이 저에게 찾아와줘서 너무나 행복하고 설렌다”며 “그 꿈이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는 앞서 여러 차례 무대화된 바 있다. 이전 작품들과 다르게 선보이기 위해 조 연출은 “표현주의 기법을 사용했다”고 짚었다.
조 연출은 “1940년대 유행한 음악이나 무용수의 춤 등을 통해 장면 전환을 시도한다. 무용수의 몸짓 등으로 블랑쉬의 심리도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다음 달 9~1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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