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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된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 “책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도파민” [문화人터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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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서울대는 들어갔는데, 클럽은 못들어가요” “자소서봐 달라는 사람은 많은데, 인생네컷 찍자는 놈은 한 명도 없어요”

이런 자조적 개그 코드로 유튜브 조회수 680만을 찍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30).

온라인 세상을 뜨겁게 달군 그가 장편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로 작가로 데뷔, 이번에는 무대가 아닌 책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지난 25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와 우선 스탠드업 코미디 이야기부터 나눴다.

사람들을 웃게 만든 그는 정작 자신이 웃긴 사람인지조차 몰랐다고 했다.

그는 “남들 웃기는 사람들이 어렸을때부터 멋있고 부러웠다”며 “김현영 작가의 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소설 합평을 했는데 작가님이 ‘진짜 웃기다’고 해서 그때 처음 (내가 웃기구나)하고 생각했다”고 했다.

스탠드업 코미디계에 발을 들인 것도 ‘우연’이란다. 대학에서 이중 전공으로 미학을 공부했던 터라 졸업 후 언론사 전시 큐레이터를 했다. 이후엔 출판사에 들어가 편집자로도 일했다. 그러다 소설을 쓰고 싶어 글방 모임을 찾던 중 우연히 ‘스탠드업 코미디 워크숍’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게 ‘코미디언’의 시작이었다.

“(스탠드업 코미디 워크숍이) 흔하지 않고 뭔가 또 열릴 것 같지 않아서 ‘한번 해보자’ 마음으로 신청했어요.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는걸 좋아하기도 했지만, 마침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었죠.”

당시 그가 꺼내든 소재는 ‘오은영 박사 이야기다. “사람들이 자지러지겠다고 생각한게 아니라, 아이디어 자체가 흥미롭지 않을까 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며 당시를 회상하며 웃는 그는 지금은 ‘핫한’ 코미디언이 됐다.

그는 특출난 ‘입담’과 빠른 순발력을 지닌 코미디언 답게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로 연결시켰다.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에 도파민이 폭발했어요. 도파민을 누르려면 더 큰 도파민이 필요한데, 이걸 책으로 눌렀어요. 책이 진짜 도파민이에요. 좋은 책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도파민이라 생각합니다.”

책 ‘꽤 낙천적인 아이’는 자전적 소설이다.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도 ‘원소윤’이다.

책은 치릴로(할아버지 세례명)의 장례식, 부모가 소윤을 갖기 전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세 살배기 아기, 고등학교 시절 친구 ‘윤지’와의 추억, CC(캠퍼스커플) 애인과 데이트 등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일화로 가득하다.

‘꽤 낙천적인 아이’로 제목을 정한 것도 소윤이의 일대기를 관통하는 단어가 ‘낙천’이라고 편집자와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원 작가는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가고 숨 붙어서 살아가는, 그런 정도의 낙천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라며 “삶의 에너지가 너무 긍정적이고 장밋빛이면 오히려 광기”라고 말했다.

이어 “복잡한 감정이 드는 일을 마주할 때 이를 소설로 다룬다”면서도 ‘꽤 낙천적인 아이’는 자전적 소설이지만 “내 얘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소설은)상상이상으로 더 픽션이에요. 사실 (화자를 소윤으로 한 것도) 어느정도 노린거죠. 그런 오해를 즐기고 싶었다고 할까요? 아예 뻔뻔하게 ‘김지연(예시) 이야기’입니다라고 하면 되는데 사람들이 헷갈리면 재밌을 것 같아서 (소윤으로) 했어요.”

원 작가는 소설의 3할 만이 진짜라고 했다. 책 서두에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명, 사건, 제품, 그 밖의 모든 고유명사는 어느 정도 실제와 관련이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문학평론가이자 이번 책 편집자 박혜진은 “이 아이는 커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됩니다”라는 책 한줄평을 했다.

원 작가는 ‘책 덕후’였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책을 읽었고, 대학생때 ‘독서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대학생 때) 돈은 없고 심심한데 나가서는 놀기는 싫고, 친구도 없고(웃음) 그러니까 무엇을 하든 다 돈이 드는데, 책은 좋은 레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설도 꾸준히 써왔다. 이번 책도 원 작가가 22살때 처음 집필하기 시작해 28살, 6년에 걸쳐 완성됐다. 그런 중에도 단편을 꾸준히 신춘문예에 지원했만 낙방했다. 장편은 이번 민음사에 한 투고가 한 번에 덜컥 되면서 작가가 됐다.

원 작가는 이로써 말(코미디언)과 글(작가)를 모두 다루는 직업을 갖게 됐다. 책 중 오픈마이크(공연에서 관객이 자유롭게 무대에 올라 발언) 챕터에서 그의 코미디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

그는 “글은 계속 고칠 수 있고 사람들은 베스트 버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장점”이라며 “말은 즉흥적이고 실시간 반응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원 작가는 소설 출간 이후에도 바쁜 삶을 보내고 있다. 이날 저녁에도 코미디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내달 30일에는 서울코미디클럽에서 첫 단독 1시간짜리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 뿐이 아니다. 여주인공이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코미디 드라마 시나리오도 집필하고 있다.

“코미디언, 작가 지금까지 둘다 너무 좋습니다. 제가 저한테 안맞거나 지겨운 상황을 못견딥니다. 질리면 빨리 그만두는데, 글 쓰는 것도 그렇고 코미디는 평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725_0003267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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