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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비장애, 벽 허물다”…글로벌 시장 두드리는 K-중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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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지난해에만 6770만명이 찾은 싱가포르 창이공항. 이곳에서는 지금도 엘토브의 배리어프리(Barrier-free·무장애) 키오스크가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세계 1위 공항에서 당당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싱가포르에 납품을 시작한 이후 3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김지훈 엘토브 대표는 20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날아갈 듯이 기뻤다. 제가 만든 제품이 세계적인 공항에 설치되니까 굉장히 자랑스럽고 뿌듯했다”며 계약 성사 순간을 회상했다.

이처럼 독창적인 배리어프리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리는 K-중소기업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2008년 설립된 엘토브가 배리어프리 시장에 뛰어든 계기는 싱가포르 고객사의 특별한 요청이었다. 당시 길 안내 키오스크 사업에 집중하던 엘토브에 색약을 위한 고대비 모드 키오스크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 이후 제품에 만족감을 느낀 고객사는 휠체어 이용자도 쓸 수 있도록 높이 조절이 가능한 키오스크를 추가로 주문했다.

엘토브는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사회현안해결 지능정보화 사업 선정을 발판 삼아 본격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수출기업 기술개발 사업으로 받은 연구개발(R&D) 자금 4억원도 큰 힘이 됐다.

덕분에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매년 1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덤이다.

김 대표는 “동남아시아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직관적인 유저 인터페이스(UI)라는 장점을 내세워 인도네시아 진출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베트남도 백화점, 쇼핑몰에 각각 1곳씩 진출했는데 이걸 확대할 예정이다. 기회가 되면 중동 시장도 진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AI) 수화 서비스를 출시한 케이엘큐브는 원래 AI 학습 데이터(AICC) 제작 회사였다. 2022년부터 국립국어원과 수행한 수어 말뭉치 사업은 주력 사업 변경의 계기가 됐다.

김희용 케이엘큐브 전략팀 과장은 “국립국어원과 일하면서 청각 장애인이나 언어학 박사들을 채용하고 한국농아인협회와 업무 계약도 맺으면서 교류하다 보니 부족한 인프라가 눈에 띄었다”며 “배리어프리 관련 법제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방대한 수어 데이터를 연구한 회사는 우리뿐이라 비전이 굉장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케이엘큐브의 AI 수어 소프트웨어인 ‘핸드사인버스’는 아바타가 청각 장애인 등에 수화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원하는 아바타를 직접 선택할 수 있고 한국 수어뿐 아니라 국제 수화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서울역, 광명역, 용산역에 도입됐고 내년에는 전국 역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케이엘큐브의 다음 타깃은 해외 공공 서비스 사업이다. 특히 자국 수어가 없거나 공용 수어가 있어도 활성화되지 못한 나라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현지 컨설팅도 병행할 방침이다. 오는 10월부터 태국을 시작으로 중국, 인도네시아에 핸드사인버스 서비스 도입을 앞두고 있다.

김 과장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도약(Jump-up) 프로그램에서 컨설팅받고 있다”며 “국내외 사업 분야를 넓히는 것만 아니라 양방향으로 수어를 인식하고 통역하는 서비스 제공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웨어러블 로봇 기업 엔젤로보틱스는 구독자 98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박위 덕분에 관심을 받았다. 전신마비 지체장애인 박위가 엔젤로보틱스의 워크온슈트를 착용하고 걷는 영상의 조회 수는 100만뷰를 돌파했다.

엔젤로보틱스 창립자인 공경철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어릴 적 막연히 로봇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고 동시에 사람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며 “미국 유학 시절, 프랑스 대학 교수로부터 5000만원 개발비를 지원할 테니 연구용 하지 보조 로봇을 제작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때 오랜만에 제약 없이 연구에 몰입하면서 큰 성취감을 얻었고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엔젤로보틱스는 국내 의료 장비 시장에서 글로벌로 사업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베트남, 태국에서 웨어러블 로봇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했고, 현재 유럽 CE MDR(의료기기) 및 미국 FDA(식품의약국) 인증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리어프리 제품을 내세운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높게 평가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리어프리 기술은 장애인만을 위한 특수 영역이 아니라 결국 모든 사람이 쓰게 되면서 일반화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이 시장을 선점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특화된 시장이라 경쟁이 치열하지 않으면서도 잠재 가능성을 지닌 영역이라 우리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에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다. 앞으로 기회가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unduck@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919_0003336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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