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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샹 “공부할수록 대만은 뿌리 잃어…소설로 정체성 찾기”[문화人터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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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우리가 왜 이 세상에 있는지, 대만은 무엇인지 ‘정체성’에 대해서 꼭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9일 서울 강남구 오크우드 호텔에서 만난 대만 소설가 장자샹(32)은 창작활동의 원천에 이같이 말했다.

장자샹은 인터뷰 동안 수차례 ‘정체성’을 언급했다. 정체성 찾기가 그가 글을 쓰는 이유이자 음악의 목표, 나아가 삶의 지향점이어서다.

그는 “고향의 원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정체성 찾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며 “문학과 음악 창작 시간의 70%는 자료 찾기에 할애한다. 역사책을 많이 본다”고 했다.

장자샹은 지난 10일 국내 출간된 소설 ‘밤의 신이 내려온다(원작 야관순장)’ 작가로, 이번 서울국제도서전(도서전)을 방문했다.

소설은 대만의 작은 시골에서 나고 자란 주인공이 고향과 갑갑한 집을 벗어나 새로운 땅으로 가게 된 ‘떠남’의 기억과 이후 고향을 그리워하며 정신적인 귀환을 실현하는 ‘돌아옴’의 기억을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이 소설로 2023년 대만 최고의 문학상인 금전상(金典賞)을 수상했다.

대만에서 인디밴드 ‘좡커런’의 리더이기도 한 그는 책이 출간되기 전에 동명 앨범을 발표했다. 장자샹은 “(음악의) 가사가 소설에서 확장돼 더 심도있게 해석한다”고 말했다.

장자샹은 소설, 음악 등 창작활동을 모두 대만어로 한다. 대만어는 중국 남부 지방 방언 중 하나로, 공식 표준어인 보통어에 비해 잘 사용되지 않는다.

창작활동을 대만어로 고수하는 이유 역시 정체성과 맞닿아있다.

그는 “대만어는 중국 대륙과 같은 뿌리를 갖고 있는 언어지만 구분되는 정체성이 있다”며 “소설에서 우리도 정체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에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집, 고향과 멀어지게 된다. 고향과 멀어진다는 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근본과 멀어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교육시스템을 보면 보통어로 교육한다. 그래서 아무리 모국어를 갖고 있어도 공부할수록 모국어를 잊어버린다”며 잊혀져 가고 있는 대만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번 소설에서 ‘2.28 사건’을 고리로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2.28 사건은 1947년 장제스 국민당 정부의 부패와 차별에 항의하는 민중 봉기가 무력으로 진압되며 수만 명이 희생된 대만의 비극적인 역사다.

장자샹은 “대만에서 2.28은 중요한 역사지만 가정에서 말하지 않고 학교에서도 심도있게 가르치지 않는다”며 스스로도 잘 알지 못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이어 “사건 희생자의 손녀가 대학때 선생님이었는데 역사 수업을 듣고 관련 책을 보며 그제서야 입체적으로 사건을 이해했다”고 털어놨다.

장자샹은 소설에서 ‘귀신’의 입을 차용해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한다.

장자샹은 “대만에서 귀신 소재 문학이 많다. 내가 쓴 주제는 특이하지 않다”며 “다만 이 세대 사람으로 이 땅, 시대와 대화를 하고 싶었다. 내가 사는 이 땅의 정체성을 알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에 나오는 ‘야관’이란 신은 사건의 피해자를 지키는 신”이라며 “당시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어렸을 때 내가 본 귀신들을 생각하면서 한 마을에 이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장자샹은 이번 도서전에 좡커런 멤버들과 함께 방문해 개막식에서 축하공연을 했다.

그는 “대만에도 도서전이 있는데 서울도서전은 좀 다르다. 축제 같은 느낌도 있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통합의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고 도서전에 참가한 소감을 밝혔다.

또 “대만에서 K드라마과 K팝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며 “한국만의 스타일이 세계화됐음에도 특색이 있다. 어떻게 이렇게 성공했는지 의문이 들고 대만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딜레마가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620_000322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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