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뉴시스]김주희 기자 = “관객들의 반응 때문에 너무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배우 전도연이 20일 홍콩문화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전도연은 지난해 ‘벚꽃동산’으로 27년 만의 연극 무대에 복귀했다. 당시 한 달여 공연 동안 관객 4만여 명을 동원했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관객들의 호응은 이제 해외에서도 이어진다.
‘벚꽃동산은’ ‘2025 홍콩 아시아플러스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선정돼 지난 19일부터 공연하고 있다. 21일까지 세 차례 공연하는 가운데 1차 티켓 오픈 15분 만에 4200여석이 모두 팔려나갔을 만큼 현지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한국 연극이 낯설 것이란 우려와 달리 관객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무대에 집중해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열띤 박수를 보냈다.
전도연은 해외 공연을 앞두고 함께하는 배우들과 “관객 반응을 기대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털어놨다.
연극 공연인 만큼 언어적 장벽이 있는 탓이다.
그는 “저희가 대사도 빠르고 호흡도 빠르기 때문에, 객석을 가득 메워주신 관객만으로 만족을 하자고 했다”면서 “첫 공연을 하고 너무 깜짝 놀랐다. 여기가 한국인지 홍콩인지 모를 정도로 저희 공연을 너무 잘 따라오고, 즉각적인 반응이 와서 배우들이 다 어리둥절했다. 어떻게 우리 말을 알아들으시는지 너무 신기했다”며 놀라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관객분들의 반응 때문에 너무 신기한 경험을 하고있다. 너무 감사하다. (해외 투어의) 첫 스타트를 ‘벚꽃동산’이 홍콩에서 잘 끊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벚꽃동산’은 이번 홍콩을 시작으로 11월 싱가포르, 내년 2월 호주, 9월 미국 뉴욕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전도연은 “연극 무대에 선다는 게 굉장히 두려움이 컸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게 만든 건 (연출가) 사이먼 스톤의 ‘벚꽃동산’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해외 다른 작품을 하고 싶어도 언어적인 장벽 때문에 그런 경험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 사이먼 스톤이 제의를 했고, 굉장히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연극 무대는 쉽지 않지만, 관객들의 호응에 더 힘을 낼 수 있다고도 했다.
전도연은 “공연을 몇 번 했던 익숙해질 수 없는 게 무대인 것 같다. 늘 무대에 서기까지 스탠바이할 때 가장 떨리고, 긴장되고, 두려운 순간”이라며 “배우들에게 가장 큰 에너지를 주는 건 관객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박수소리, 웃음소리가 저희에게 가장 큰 에너지이자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사이먼 스톤 연출은 세계적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현대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재창작하고 이번 작품을 이끌었다.
그는 “어떤 나라든 정치 제도가 비교적 젊다면 급격하고 빠른 변화를 겪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그렇고, 홍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며 “우리는 그저 더 나은 미래를 기도하며 동시에 이렇게 극장에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민경 LG아트센터 기획팀장은 이번 홍콩 공연에 대해 “관객 반응이 너무 솔직하고, 즉각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서울보다 더 놀라울 정도로 에너지와 반응을 보내주셔서 큰 힘이 됐다. 앞으로 남아있는 도시들의 관객을 만날 때도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