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조금은 다른 해석과 성격, 여러 차별화를 둔 ‘윤심덕’을 반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배우 전소민이 10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U+스테이지에서 열린 연극 ‘사의 찬미’ 프레스콜에서 자신이 맡은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 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의 찬미’는 1990년 윤대성 작가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윤심덕과 천재 극작가 김우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원작의 서사에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윤심덕과 나혜석, 두 신여성의 우정도 그린다.
이날 프레스콜 ‘깜짝’ 사회자로 등장한 원로 배우 손숙은 원작 ‘사의 찬미’ 초연을 떠올리며 “(윤심덕을 맡은) 윤석화가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사의 찬미’가 다시 공연한다니 감개무량하다”고 반가워했다.
이연우 연출은 “원작이 너무 좋아서 처음엔 제안을 거절했었다”며 “윤심덕, 김우진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해보니 몰랐던 이야기도 숨어있더라. 그들이 현해탄에 몸을 던졌지만 왠지 살리고 싶었고, 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싶었다. 그게 다른 작품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윤심덕 역에 전소민과 서예화, 김우진 역에 이충주와 윤시윤이 캐스팅됐다. 나혜석 역은 양지원, 이예원이 맡았다.
전소민과 윤시윤은 이번 작품으로 나란히 연극 무대에 데뷔한다.
윤시윤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잘 해야한다,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부담도 있었다”고 털어놓으며 “결과물은 아직 모르지만 연습 과정에서 사랑에 빠졌다.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전소민은 “언젠가 꼭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며 “무대 경험이 없는데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움도 있었지만 윤심덕 역할을 놓칠 수 없단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사의 찬미’는 그간 여러 작품으로 변주됐다.
대학로에서는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사랑받았고, 2018년에는 신혜선, 이종석이 출연한 단막극으로 인기를 끌었다.
전소민은 “너무 유명한 작품이고, 많은 선배님이 이 역할을 하셨기 때문에 심적 부담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고백하면서 “한편으로는 윤심덕이라는 실존 인물에 기반해 저만의 색깔을 좋아하시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뮤지컬 ‘사의 찬미’에서도 김우진 역으로 출연했던 이충주는 “같은 소재지만, (뮤지컬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고, 풀어가는 과정이 다르다”며 “개인적으로는 복제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숙제였고, 그걸 넘어서 보고 싶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극 중 김우진은 아내가 있지만 윤심덕과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사랑이 그리는 것에 출연진도 고민했다.
윤시윤은 “캐릭터를 만들 때 여느 멜로물로 접근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윤심덕과 김우진은 ‘이것이 사랑일까’를 두고 마지막까지 혼란스러워한다. 사랑인지 사회적 일탈 혹은 도피인지는 관객분들에게 넘겨야 할 부분 같다”고 말했다.
전소민 역시 “과연 김우진을 정말 사랑할까부터 시작했다”며 “나의 모습이 투영되는 남자와의 함께함으로써 이 세상이 우리의 것이 될 것만 같은 자유를 원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사랑이 된 것 같다”고 자신의 해석을 풀어놨다.
그러면서 윤심덕이란 인물에 대해 “당당함과 솔직함에서 나약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도 전했다.
“요즘 말로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함)’의 느낌”이라며 웃은 전소민은 “저의 상황과 연결되는 대사들도 있다. 저는 대중들께 밝은 이미지로 알려져있지만, 연약한 부분도 있다. 그런 것에서 오는 공감도 있고 그런 윤심덕을 통해 치유받고 표현하는 걸 많은 분께 알리고 싶다”고 바랐다.
이날 손숙은 사회자뿐만 아니라 연극계 대선배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당부를 했다.
그는 “나이든 배우여서 그런지 더블, 트리플 캐스팅 같은 풍토가 마음에 안 든다. 트리플 캐스팅이라면 연습을 3배 해야하는데, 사실 3분의 1밖에 하지 않는다. 그러면 공연의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연극을 두렵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관객과 무대가 얼마나 두려운 건지만 알아도 한 걸음 더 성장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사의 찬미’는 LG아트센터 U+스테이지에서 11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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