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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톺아보기④] “한여름 日서 만난 ‘설경산수도’…’겨울’로 이끌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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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조선이라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사실 조선에 대한 이미지는 긍정적이지 만은 않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조선의 마지막을 봤기 때문이죠. 마지막 이미지를 걷고 새로운 조선으로 다르게 보도록 하려는 것이 이 전시의 기획 의도입니다.”

김혜원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은 지난 16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1에서 열린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 큐레이터와의 대화에서 이번 특별전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김 부장은 이 전시를 기획한 장본인이다.

‘새 나라 새 미술’전은 조선의 시작과 함께 꽃핀 15~16세기 미술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백자와 수묵화, 불교미술의 다채로운 변주를 백(白), 묵(墨), 금(金)의 세 가지 색으로 상징화해 선보인다.

◆도장 활용 백자 품질 보장…”매우 모던한 미감”

이날 큐레이터로 나선 김 부장은 근대 미술과 전통 미술을 비교하면서 조선 전기의 미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부장은 “근대에 미술의 독자적 영역이 인정이 되고 심미적 가치가 가장 우선시 됐다”며 “이와 달리 전통 미술에는 사회적 역할, 국가적 역할, 개인에게 필요한 기능을 하는 물건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시는 심미적인 가치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이 국가, 사회, 개인 차원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데 어떻게 중요한 부분이 됐는가를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적 차원에서의 미술 역할을 보여주는 백자의 세계로 관람객들을 안내했다.

김 부장은 “조선 전기 도자를 얘기할 때 가장 두드러지는 시대적 특징은 백자의 등장”이라며 “고려시대에서 우리가 잘 아는 청자의 시대는 가고 이제 백자의 시대가 등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1부 ‘백白, 조선의 꿈을 빚다’에서 대화 소재는 인화문 기법이 표현된 도자기, 관사명 분청사기, 국보 ‘천지현황이 새겨진 백자사발’이었다.

김 부장은 “이 백색 공간 가운데 흰색이 조금씩 피어나는 분청사기들을 모아놨다”며 “도장의 사용으로 누구든 문양을 새기면 균일하게 나오고 규격화할 수 있게 됐고 품질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인화 기법이 굉장히 유용해 적극적으로 사용됐다. 현대적인 미감으로 보면 이 문양이 굉장히 모던하다”고 소개했다.

이 전시실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조선 전기 도자의 흰빛을 향한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선의 흰빛’이다. 이곳은 길이 14m, 높이 3m의 벽에 박물관 소장 도자 300여 점이 색의 변화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

김 부장은 “100% 박물관 소장품으로 할 수 있었던 연출”이라며 “왼쪽부터 철분이 많은 검은색 태토를 사용하고 그 위에 흰빛이 조금씩 더해지다가 오른쪽으로 가면서 기법은 다르지만 조금씩 흰 빛이 많아지는 걸 볼 수 있다. 다섯 번째 칸부터 전체가 균일한 흰색 도자, 오른쪽 끝에 가서는 다양한 기형의 백자까지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묵산수화의 전성기…이상적 산수화에 한양 풍경 등장

2부 ‘묵墨, 인문人文으로 세상을 물들이다’에서 ‘산수도’, ‘설경산수도’, ‘동자견려도’, ‘한림제설도’, ‘미원계회도’를 두고 대화를 나눴다.

김 부장은 “이들 서화에서 뽑은 색은 먹색”이라며 “수묵 만으로 그린 산수화가 고려 말에서 사대부 중심으로 이어지다 조선 전기에 한층 풍성해진다. 이 시기 사대부들의 사회적 역할과 더불어서 수묵산수화가 굉장히 유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 전기 산수화는 실제 우리가 보는 풍경이 아닌, 우주 원리를 담은 이상적인 풍경을 담은 관념적 산수”라며 “산수화를 사대부들이 애호했던 이유는 자연에 파묻혀서 은거하면서 학문을 연마하는 것을 이상적인 삶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전시 작품 ‘공수’와 관련한 뒷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 부장은 이날 일본 개인 소장가의 ‘설경산수도’를 섭외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김 부장은 “겨울 그림을 그릴 때 흰색을 칠할 수가 없어 눈을 그릴 때 여백으로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먹색을 입히면 자연스럽게 경물들이 흰빛을 띠고 눈이 온 것 같은 효과를 준다”며 “이 작품을 섭외하러 일본에 한여름인 8월 한 작은 갤러리에 갔는데, 앉아서 이 그림을 보고 너무 시원한 느낌이었다. 정말 덥고 습하고 복잡한 도쿄 시내가 확 잊혀지고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미원계회도’는 풍류를 즐기고 친목을 도모하는 관료들의 모임을 그린 그림이다. 미원이란 사간원을 일컫는 말로, 이 그림은 사간원의 계회 장면을 그린 것이다.

김 부장은 “하단에 누가 여기에 참여했는지 적고 참여한 사람들이 똑같이 그린 그림을 나눠 가져서 똑같은 계획도들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며 “계회도는 어떤 모임의 돈독함을 다지려고 그리기도 했지만 나라를 위하는 마음을 다지려고 그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화한 산수이지만 15~16세기를 거치면서 계회도 중에 한양 풍경도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모인 장소를 더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이 16세기 조선 전기 후반에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수묵화 변화상을 이야기했다.

◆억불 정책에도 왕실·사대부·서민 생활에 중요한 불교

3부는 불상에 대한 이야기다. ‘금金, 변치 않는 기도를 담다’에서 소개한 작품은 15세기 금동불 ‘금동관음보살좌상’, 선묘 불화 ‘영산회상도’와 ‘약사여래삼존도’다.

김 부장은 불상 변화에 대해 “조선이라는 나라가 건국이 되면서 이전 나라의 폐단 청산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였다”며 “불교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사대부가 불교로 인한 자원 낭비를 문제 삼아 새 나라가 세워졌을 때는 재정적 기반도 마련해야 되니 불교가 공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왕실부터 사대부 그리고 서민까지 불교는 여전히 생활에서 굉장히 중요했다”며 “15세기가 지나면 금동불은 많이 사라지고 대신 나무나 흙으로 만든 목조상이나 소조상을 만들고 표면에만 금을 입히는 식으로 바뀌어 재료상으로 큰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또 “15세기 비단을 사용하다가 16세기로 가면 삼베를 많이 사용한다”며 “불교 미술은 계속됐어도 재료상 변화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날 대화에서는 도자에 사용되는 흙, 수묵화 속 소재, 그림의 연대 측정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수묵화를 좋아한다는 한 관람객은 “오늘 시간이 무척 유익했다”며 “미술사나 시대 흐름을 잘 몰랐는데 큐레이터가 아주 자세하게 연관성을 설명해 주어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선의 흰빛’을 인상깊게 본 관람객은 “중간에 전시품을 보다가 합류해서 들었는데 해설을 들으니 전시가 왜 이렇게 구성됐는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유물마다 설명이 잘 되어 있어 굳이 큐레이터 얘기를 들어야 하나 했는데, 큐레이터가 개인적인 얘기가 공감이 됐다”며 “큐레이터가 도쿄에 수묵화를 섭외하러 갔는데 한여름 미술관에서 시원해졌다고 이야기해서 그 그림들이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한 전시품이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매주 수요일 야간개장 시간인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운영한다. 이 특별전의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전시기간인 내달 31일까지 참여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725_0003267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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