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주목받는 젊은 안무가들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제28회 크리틱스초이스 댄스페스티벌’이 오는 7월 12일부터 8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펼쳐진다.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 등 장르를 망라한 무용 최신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크리틱스초이스 댄스페스티벌’은 춤 전문잡지 댄스포럼이 1998년 창설한 축제다. ‘범 내려온다’ 안무가 김보람을 비롯해 스테이지 파이터 심사위원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정보경, 현대무용가 차진엽 등 189명의 안무가가 거쳐갔다.
올해 행사에서는 현대무용 4편, 한국무용 3편, 발레 1편을 선보인다.
25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는 유민경의 ‘바디 레시피’ 등 총 8편의 작품이 시연되거나 영상을 통해 소개됐다.
다음 달 23~24일 개막 무대에는 권미정의 ‘한 살’과 방지선의 ‘메타: 공존의 경계’가 관객을 만난다. 권미정은 생로병사 중 탄생을 다룬 지난해 ‘먹이’에 이어 늙음과 병듦에 관한 이야기를 올린다.
권미정 안무가는 “제가 찾게 된 인간의 아름다움은 유한한 생애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고, 다양한 환경 속에서 궁극적으로 사랑을 찾고 있다는 지점”이라며 “작품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려고 한다. 또 비극과 아픔, 기쁨과 즐거움들을 가감 없이 표현하면서 궁극적으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지선 안무가는 단순히 기술을 거부하거나 맹신하기보단 그 경계에서 우리가 어떤 존재로 변해가는지 바라본다.
방 안무가는 “저는 아날로그형 인간이지만, 이 시대에 기술을 거부하고 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며 “항상 인간성과 기술의 경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 작품을 통해서 기술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몸의 감각, 숨에 대해서 움직임을 연구했다. 지금은 기술로 숨을 도울 수 있고, AI(인공지능)이 시를 쓸 수 있지만, 그게 내가 갖고 있는 최대의 감각일까? 진짜 내 것인지 궁금해졌다”며 “인간과 감각으 소통해 대해 연구해 작품을 만들엇다”고 부연했다.
26~27일에는 박소영의 ‘찬란한 침잠’과 차지은의 ‘무용 3번(Dance No.3) 풍덩’이 초연된다.
국립무용단 단원 박소영은 작품을 통해 한순간의 눈부신 탄생과 빛처럼 증식하는 에너지, 그리고 고요한 침잠으로 이르는 생의 일대기를 따라간다. 베토벤 ‘교향곡 5번’처럼 안무작마다 숫자를 붙여온 차지은은 개인적 경험을 한강 작가 ‘소년이 온다’가 전하는 공동체의 아픔과 치유와 접목한 ‘무용 3번’을 올린다.
박소영 안무가는 “주 재료는 풍선이다. 이는 지나간 시간, 지나간 추억을 의미한다. 추상적인 시간이란 개념을 어떻게 시각화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만들어봤다”며 “풍선들과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점점 쌓이면서 그 시간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침잠시켜 가는지 그리고 그 침잠 속에서 어떻게 찬란하게 빛날지 보여드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차지은 안무가는 “주 재료는 붉은 실이다. 누군가에게는 지워지지 않은 상처가 될 수도 잊고,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될 수도 있다”며 “이렇게 ‘풍덩’ 들어가 그 깊은 내면 안에서 고요히 있다보면 헤엄쳐서 나올 치유 방법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제목을 지었고 붉은 실도 사용했다”고 말했다.
30일~31일 신작은 이해니의 ‘꼬끼-오(Kkokki-0)’와 박수윤의 ‘길티( )풀(Guilty( )ful)’이다. 이해니는 먼 미래 닭뼈 화석으로 기억될 우리 시대 ‘인류세’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닭이라는 소재로 풀어낸다.
발레 안무가인 이해니는 ‘꼬끼-오’라는 제목을 지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환경에 대한 인류세적인 얘기가 무겁고 이해가 안 될 것 같아서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며 “작품의 메인 테마가 닭이다. 닭이 인류세를 상징하는 것처럼 ‘꼬끼오’라는 단어 자체가 닭을 상징한다고 생각해 비유적으로 지었다”고 답했다.
‘2023 크리틱스초이스프론티어’로 선정, 부상 격으로 다시 신작을 올리게 된 박수윤은 죄책감을 의미하는 ‘길티’와 즐거움을 의미하는 ‘플레저’를 합성한 신조어 ‘길티플레저’를 주제로 금기와 매혹, 규율과 본능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떨림을 담는다.
8월 2~3일 폐막 공연은 김민의 ‘라이트 인 더 베이스먼트’와 유민경의 ‘바디 레시피’로 구성된다. 김민은 사실과 거짓,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목표를 향해가는 인생을 무용과 마술을 접목해 표현한다. 유민경은 진공포장한 식재료처럼 몸을 보존하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의 열망을 춤으로 그려낸다.
김민은 23살의 나이로 2022년 영국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안무작이 가디언지 선정 ‘꼭 봐야 할 50가지 공연’으로 선정된 바 있는 유망주다.
김 안무가는 “이번 작품 주제는 손전등이다. 손정등은 이렇게 빛을 내면서도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물건이다”며 “빛을 찾기 위해서 빛을 사용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번 작품은 관객 여러분의 시선이 무대 위에 빛을 따라가도록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매 공연 첫날엔 공연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를 돕기 위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수요일, 토요일마다 마지막 작품 커튼콜 후 무대에 안무자가 등장해 문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해설자로는 크리틱스초이스를 거쳐간 발레 무용가 김유미와 홍보담당자 한선아, 무용평론가 윤대성, 현대무용가 정철인 등이 막간에 등장해 작품을 풀어준다.
무용수로는 엠넷 방송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로 인기를 얻은 김규년, 김영웅, 정혜성, 장성범을 비롯해 국립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 천안시립무용단 단원 등 기량을 인정받은 80여 명이 출연한다.
행사 기간 관객을 위한 부대 행사도 열린다. 7월 12~13일과 19~20일 아르코예술극장 연습실에서 안무가 8명에게 신작을 미리 배워보는 ‘공연 밀착 움직임 클래스’, 26일 서울예술인지원센터에서 무용 작품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는 ‘크리틱스네트워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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