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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신 연출 “마이너리티 삶은 창작의 원동력”…’야끼니꾸 드래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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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재일교포들의 삶이 사라지기 전에 연극이라는 매체를 통해 기록하고 싶습니다.”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용길이네 곱창집’으로 다시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된 정의신 연출가는 6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라운드인터뷰에서 재일 한국인 2.5세로서 작품을 만들어 가는 책임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야끼니꾸 드래곤’은 2008년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과 일본 신국립극장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양국이 공동제작한 화제작이다. 당시 한국과 일본에서 각종 연극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2011년 재공연 이후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1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지난달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관객을 만났고, 14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상연된다.

작품은 1970년대 일본 간사이 지방의 재일 한국인 가족이 운영하는 곱창집을 배경으로,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낸다.

재일 일본인 2.5세인 정 연출은 자신의 삶과 경험을 담아 집필했다.

정 연출은 “제가 살았던 동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품에 국유지를 사서 집을 짓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아버지의 이야기가 반영됐다. 그곳이 무너지고 공원이 된다는 이야기도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며 “고향집이 세계 유산인 작가는 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곳은 효고현 히메지 빈민촌으로, 히메지성은 세계문화유산이다.

곱창집을 배경으로 한 것도 재일 한국인의 삶을 잘 보여줄 수 있어서다.

정 연출은 “지금은 일본인들도 야끼니꾸를 좋아하지만, 예전에는 가난한 노동자들이나 재일 한국인들이 가는 곳으로 여겨졌다. 야끼니꾸집의 주인도 재일 한국인들이 많았다”며 “재일교포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재일 한국인에 대한 관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작품을 처음 집필하던 때를 돌아본 정 연출은 “일본에선 K-팝이나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한국 젊은이들도 일본 문화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안다”면서도 “재일 한국인에 대한 관심은 흘려 넘겨지는 것 같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재일 한국인의 역사나, 그분들의 고생스러운 삶은 가려지고, 잊히는 게 아쉽다. 그런 걸 연극으로 보여드리고,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 처음에 집필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연 후 17년이 흘렀지만,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룬 작품이란 점에서 여전히 울림을 전한다.

정 연출은 “재일 교포의 작은 가족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세계적으로 분쟁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분쟁이 일어나면 내일 당장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호주와 미국에서 리딩 공연이 됐는데, 관객들이 이주민 문제로 봐주시더라”며 “재일 교포의 위상이나 입장은 예전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곤과 차별 아래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작품이 마냥 무거운 것만은 아니다. 공연 시작 20분 전부터는 고기를 굽고, 악사가 연주하는 프리쇼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한다.

정 연출은 “고깃집의 냄새와 특유의 분위기를 통해 관객들을 이 장소로 불러들이는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괴로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힘든 장면만 있는 건 아니다. 괴로움도 있지만 웃음과 눈물, 여러 요소가 있는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다”며 미소 지었다.

‘야끼니꾸 드래곤’과 함께 그가 집필·연출한 ‘파마야 스미레’, ‘예를 들어 들에 피는 꽃처럼’은 재일 한국인 3부작으로 불린다. ‘파마야 스미레’는 폐쇄된 탄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 연출은 “일본이 경제적으로 발전했지만, 그 뒤에는 가난한 노동자들과 재일동포들의 지탱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들이 전체의 이야기가 될 순 없지만, 작품을 보시고 재일 교포에 대해 관심을 갖고, 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해주시는 걸 가장 바라고 있다”고 기대했다.

이처럼 그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기폭제 삼아 자신의 작품 세계를 더욱 단단하게 세워가고 있다.

“(제가) 마이너리티라는 점은 창작하는 데 원동력이 됩니다. 돌이켜 보면 일본 극작가 중에서도 정말 가난하고, 비슷한 부분을 찾을 수 없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마이너리티로서 이런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106_000339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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