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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위험하다”…’자연국가’ 최재은 ‘아름다운 경고’ [박현주 아트클럽]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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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지구가 위험하다. 바로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늦는다.”

숲 회복 ‘DMZ 프로젝트’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설치 미술가 최재은(72)이 “지구를 지키는 일에 절실하게 작업하고 있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20일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자연국가’개인전을 연 최재은은 “자연은 인간이 필요 없지만 인간은 자연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며 “자연 생명에 주권을 찾아주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숲이 망가지고 있다. ‘DMZ’는 누구의 땅도 아닌 상징적인 공간이다. 생태계가 주인이지 않나. 생명체들과 멸종위기종들이 편하게 살 수 있게 그들의 주권을 찾아주고 싶다.”

작가 최재은은 “그렇다고 계몽가는 아니다”라며 “예술가이니까 작업으로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몽이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여러 방면의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계몽가든 사상가든 누구든 열심히 (지구 보호)에 관여해야 한다. 예술가만, 종교인만, 전문가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지구에 존재하는 81억명의 인구가 누구든지 의식을 갖고 있으면 실천해야 되는 시기가 왔다. 어떻게 보면 (지구에)위험한 신호다. 누구든 다 의식을 하고 실천에 옮기고, 이렇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할 것이다가 아니다.Too late.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자연국가’ 최재은은 누구?
국제갤러리 K2와 K3에서 펼친 최재은 개인전 ‘자연 국가’ 전시는 아름다운 경고다.

조각, 설치, 건축, 사진,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로 생명의 근원과 시간, 존재의 탄생과 소멸, 자연과 인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사유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1970년대 중반 도쿄로 건너간 최재은은 도쿄의 소게츠 아트 센터에서 ‘이케바나(生け花)’의 문법을 수학,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으로 미술에 입문했다.

1985년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가 설계한 소게츠 아트 센터 내 실내 정원 ‘Heaven’을 13톤의 흙으로 덮고 그 위에 씨앗을 뿌린 ‘대지(Earth)’를 선보이며 첫 개인전을 개최 주목받았다.

생명의 흐름과 시공간성에 대한 자신의 고유한 철학을 시각화한 작업이다. 이후 1986년부터 시작된 ‘월드 언더그라운드 프로젝트(World Underground Project)’를 통해 자연 생명과 순환에 대한 ‘프로젝트 작업’은 최재은을 상징화 했다.

종이를 오랜 시간 땅 속에 묻었다가 꺼내어 종이에 축적되는 시간의 흔적으로 생명과 순환에 대해 고찰하는 작업은 종이 속 미생물의 소우주를 관찰하는 등 예술과 과학을 접목한 시도로 확장됐다.

특히 2015년부터 진행해 온 ‘대지의 꿈(Dreaming of Earth)’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DMZ의 숲을 회복하기 위해 전문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 해결 방안과 실천적인 방법론들을 작업의 형태로 구축해 오고 있다.

◆국제갤러리 개인전…자연에 집중한 ‘숲의 빛과 소리’
이번 전시를 통해 최재은은 ‘숲’의 생명력을 다채롭게 해석해냈다.

K2의 1층을 수놓은 ‘숲으로부터’ 회화 연작은 기발하다. 매일 숲을 산책하는 작가의 일상에서 비롯된 작품으로, 영어 흘림채로 써 있는데 대화하듯 읽히고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분홍색과 황토색, 옅은 갈색으로 보이는 캔버스는 자연적인 소리가 담겼다. 작가가 거주하는 일본 교토의 동네 숲을 산책하며 주워 모은 낙엽과 꽃잎을 재료로 물감의 안료를 만들고 캔버스에 칠했다.

숲 속을 거닐면서 들었던 바람소리, 새소리, 빗소리 등 다양한 소리들을 들리는 그대로 음차해 흑연으로 적었다. ‘Sar r r r r'(2025)는 늦가을 낙엽이 ‘사르르’ 떨어지는 소리이며, ‘Hu u u u'(2025)는 숲 너머의 먼 산에서 들려오는 산울림 소리다. 한글로 ‘쉿!’도 써 있어 입에 손을 대고 ‘쉿’하게 한다.

K2의 2층 전시장 안쪽에서 만나는 영상 작품 ‘Flows'(2010)는 명상으로 이끌며 자연에 집중하게 한다. 거대한 고목의 밑동을 느리게 360도 회전하며 17분 동안 보여주는 작품은 거대한 시간의 흐름이 남기는 자연 변화의 움직임을 전한다.

◆10년 간 ‘DMZ 프로젝트’…”종자 볼 기부 하세요”
K3 전시장에는 작가가 지난 10년 간 진행해 온 ‘DMZ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대지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최재은의 DMZ 프로젝트는 ‘자연국가(Nature Rules)’의 단계로 진입해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생태 회복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작가는 “DMZ 내부의 생태 환경은 애초 가졌던 환상과는 달리 파괴되어 가고 있었다”며 “‘생태 현황 분석도’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남북의 군사적 개입으로 인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 지역의 숲이 파편화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비무장지대의 생태 현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각 구역 생태계의 복원을 위한 식재의 종류와 양을 정리하는 데만 수 년이 걸렸다.

작가는 여전히 수많은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 비무장지대에 나무 종자를 품은 직경 3~5 cm의 자그마한 ‘종자 볼(seed bomb)’을 빚어 드론으로 뿌리겠다는 야심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만 비로소 회복될 수 있는 이 땅의 미래를 함께 꿈꾸고 그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보면서 종자 볼 기부를 해 달라”고 바랐다.

말린 꽃잎으로 제작한 병풍 안에 컴퓨터가 한 대씩 놓여 있다. 관람객은 작가가 만든 웹사이트에 들어가 DMZ의 지도를 살펴보며 자신이 원하는 구역에 맞춰 ‘종자 볼 기부 약속’을 등록할 수 있다.

100원에 한 개의 종자 볼을 기부할 수 있어 DMZ의 숲을 회복하는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전시는 5월 11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320_0003106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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