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부처님께서는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부처와 같은 존엄한 가치를 지니며, 그 어떤 생명도 결코 하찮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22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진우스님은 ‘평등세상을 위한 사회적 약자 초청 특별법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법회에는 화성 아리셀과 태안화력 발전소의 산재사고 피해자를 비롯해 세월호·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쪽방촌 활동가,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및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활동가 등 총 40명이 초청됐다.
사회적 약자를 격려하고 이들을 향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자리다. 빈곤과 차별 없는 평등세상, 그리고 생명 존중은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다.
진우스님은 “오늘 이 자리에 기쁜 마음보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돌봄 노동자, 이주노동자, 감정노동자, 택배 노동자와 플랫폼 배달기사 등 이들은 새로운 시대를 떠받치고 있는 필수 노동자들이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도 열악한 조건 속에 내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결코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지금 여기 함께 숨 쉬는 ‘우리'”라며 “혐오와 차별의 칼끝이 가장 잔인하게 향하고 있는 성소수자들도 우리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우스님은 불교의 평등사상을 강조하며 “모든 존재는 본래 동일한 불성을 지닌 존재”라고 했다.
이어 “빵 한 조각 생산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해진 현실, 이윤이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시대 속에서 비정규직과 하청노동자들은 오늘도 철탑 위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향해 마지막 호소를 외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는 참석자들의 절절한 호소가 이어졌다.
이호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는 “아직까지 한국 사회가 충분히 관용적이고 포용적이지 않다”며 “(불교계가) 차별금지법 제정될 때까지 사회적 목소리를 계속 내주기를 부탁하고 모두가 존엄하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함께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인 이준화씨는 “아직 많은 유가족이 무안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고인들이 왜 돌아가셨는지를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또 “규정 위반과 문제점을 자체적으로 조사해서 정치권에 전달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공항 재개항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렇게 모든 것을 덮고 간다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예비 유가족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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