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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인간의 경계에 대해 함께 고민해봤음 좋겠어요” [문화人터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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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인간의 경계에 대해 함께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은 좀비로 변해버린 등장인물을 인간이라 생각할 거잖아요.”

SF작가 천선란(32)이 신작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허블)에 담은 메시지다. 피와 공포의 상징이던 좀비를 기억과 사랑이 남은 존재로 그려내며, 인간다움의 본질을 묻는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천선란은 이번 작품이 “덕심으로 시작됐다”고 했다.

“원래 좀비를 좋아해서 언젠가 소설을 써봐야겠다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웃었다.

연작소설집은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는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돼, 천선란 만의 ‘좀비 트롤로지’를 완성했다. 그의 좀비는 우리가 익히 아는 피 묻은 입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표현된 ‘괴물’과는 다르다.

“기존의 좀비는 실성하고 괴물처럼만 묘사가 되지만, 좀비를 가까이에서 보는 방식으로 쓴다면 뇌는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몸이 기억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메시지가 남아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목소리, 숨소리 같은 감각에 더 집중했죠.”

이런 설정은 개인사와 연관이 있다. 거동이 불편하고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어머니 상태와 (좀비가) 가끔 비슷하다고 느낄때가 있어요. 기억도 없고, 저를 알아보지도 못하지만 가끔씩 반응을 하는 경우가 제 목소리나 안고 있을 때의 숨소리였거든요.”

이처럼 작품 속 좀비들은 기억과 사랑 등 ‘인간성의 잔여’를 품은 존재다. 독자는 어느 순간, 등장인물이 좀비인지 인간진지 구분할 수 없게된다.

천선란은 “인류가 지금까지 인간을 규정하기 위해 언어, 문화, 도구 등을 정의해왔지만,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요소들이 등장하면서 앞으로는 우리가 세워온 정의들을 하나씩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의 좀비물은 기존 재난 서사와도 다르다. 바이러스가 퍼져 인류가 몰락해 가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멸망한 세상을 배경으로, 남겨진 자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천선란은 “처음엔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쓰고 나서 보니 세상의 멸망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더라”고 했다.

소설집의 첫 두 편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와 ‘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는 2019년 온라인 독서 플랫폼에서 먼저 공개된 작품이다. 세번째 단편은 이번 책을 위해 새로 썼다. 완성까지 꼬박 6년이 걸렸다.

“좀비와 관련된 작품을 세 편 쓰겠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두 편을 쓰고 나서) 문득 종이로 표현된 좀비가 영화나 드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시간이 흘러버렸어요.”

그는 “그때 했던 이야기를 지금도 하고 싶어하는걸 보니,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더라”며 “달라진 점이라면 6년동안 꾸준히 글을 써서 글스킬이 좀 늘었다”며 웃었다.

천선란은 매년 쉬지 않고 신작을 내놓는 다작(多作)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그 원동력을 ‘호기심’이라고 했다.

“사람과 세상에 관심이 많아요. 많이 찾아보고 여행도 다니죠.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계속 발전된 미래가 와서 소재가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꾸준히 다양하게 쓰는 것”이라고 답했다. “오늘도 마감이 밀려있다”고도 했다.

그의 상상력은 국경을 넘어 확장 중이다. 소설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는 지난 8월 영국에 번역 출간됐고, ‘천 개의 파랑’은 미국 워너브라더스 픽처스와 영화화 계약을 맺었다.

“SF가 원래 영미권 장르인데, 자신들과 다른 신선함에 관심을 받는 것 같아요. 2~3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도서전에서 독자들이 ‘앞으로 네 책 읽어볼게’라고 했다면, 지금은 책을 읽고 저를 찾아와요.”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024_0003376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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