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잠이 드는 해와 / 아침을 맞는 저 달빛이 너에게로 데려다주고 / 너를 바라보며 하나뿐인 나의 트레저(Treasure) 난 준비됐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잠수교. 대세 그룹 ‘세븐틴’이 땅거미가 확연히 질 때 들려준 ‘헤드라이너’는 잠이 드는 해를 품어 물결이 치는 검푸른빛 한강을 오선지 삼아 낭만적인 풍경을 빚어냈다.
세븐틴은 이날 잠수교에서 데뷔 10주년 기념 ‘비-데이 파티: 버스트 스테이지 @잠수교(B-DAY PARTY : BURST Stage @잠수교)’를 펼쳤다. 잠수교에서 공연한 K팝 가수는 세븐틴이 처음이다.
잠수교에서 약 1시간 동안 12곡을 들려주는 무료 공연을 펼친 세븐틴은 잠수교 위 6000석을 채운 팬덤 캐럿은 물론 잠수교 일대 한강공원에 운집한 시민 6만명과 함께 10주년을 자축했다.
특히 멤버 13명의 다인원 그룹으로 젊음의 다양한 결과 공감하며 ‘청춘의 초상화’를 그려온 세븐틴은 이날 잠수교 위에서 ‘서울의 풍경화’를 선보였다.
‘우리의 새벽은 낮보다 뜨겁다’에서 캐럿봉의 흰 불빛과 잠수교 옆으로 쏟아지는 조명·분수가 어우러질 때 우리 서울의 밤은 당신의 서울 낮보다 아름다웠다. 다리 위 하늘은 화려한 불꽃이 수놓아졌다.
‘지금 널 찾아가고 있어’ ‘같이 가요’ 등에서 알 수 있듯 세븐틴은 청춘이면 겪었을 법한 일상으로부터 누구나 쉽사리 포착할 수 있는 감정들을 명징하게 끄집어내 공감하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 활달함에 있어 K팝 어느 그룹에 뒤처지지 않는 세븐틴이 우리네 삶을 반짝이게 하는 힘이다.
캐럿보다 일반 시민이 많은 이날 한강공원 일대에서도 세븐틴은 더 낮은 자리로 향했다. 특히 호시를 중심으로 바로 앞 캐럿은 물론 먼 시민까지 챙기며 진짜 서울의 밤과 조우했다. 군 복무 중인 정한·원우를 빼고 멤버 11명이 무대 위 올랐는데, 다인원으로 서울 정경을 압도하지 않고 그 풍경에 녹아들려고 하는 유연함이 일품이었다. 최고 히트곡 ‘아주 나이스’는 캐럿은 물론 시민들도 떼창했다. 에스쿱스는 총괄리더답게 끝날 때까지 ‘안전’을 강조했다.
이날 공연은 반포한강공원에 설치된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 송출됐다. 잠수교 위 객석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스크린 앞에 일찌감치 대형 돗자리를 깔았다.
하이브 레이블즈와 서울시 유튜브 채널, 위버스, 네이버 치지직에서도 생중계됐다. 하이브 레이블즈 유튜브 중계 실시간 접속 인원은 17만명을 찍기도 했다.
일부 캐럿들 사이에선 R석도 인기였다. 강(江)이라는 뜻의 영단어 ‘리버(river)’에서 따온 자리로, 한강 위에 뜬 요트 석을 가리켰다. 공연 시간 즈음에 고잉캐럿호 등의 이름을 붙인 요트 위에서 멤버들의 이름이 적힌 슬로건을 든 캐럿들이 눈길을 끌었다.
세븐틴 데뷔 초창기부터 응원해온 20대 후반의 회사원 정미영 씨는 “서울시의 랜드마크를 장식하는 세븐틴을 보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일본에서 온 캐럿 다치바나 하루나 씨는 “예전에 서울에 왔을 때 한강라면이 유명하다고 해서 한강공원에 온 적이 있는데 세븐틴 공연을 보니 전혀 다른 곳 같다”고 놀랐다.
캐럿들은 공연 전 세빛섬 일대에 마련된 세븐틴 데뷔 10주년 기념 대형 오프라인 이벤트 ‘비-데이 파티(B-DAY PARTY)’에도 적극 참여했다.
세븐틴과 캐럿의 여정을 압축한 ‘세븐틴 히스토리 존’, 멤버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남기는 ‘인터랙티브 메시지존’, 정규 5집 머치와 10주년 기념 공식 응원봉이 판매되는 ‘정규 5집 머치 존’, 스탬프 투어 완주자를 위한 포토카드 교환소 등이 눈길을 끌었다. 파트너사로 함께하는 CJ제일제당 비비고, 나스 코스메틱의 이벤트 부스도 운영돼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23일부터 열린 ‘비-데이 파티’엔 3일 간 총 10만명이 다녀갔다.
근처에 산다는 30대 정성훈 씨는 “세븐틴은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팬덤이 많은 인기 그룹이라는 사실에 놀랍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캐럿은 온라인 참여도 활발했다. 디지털 스탬프 수집과 팝업 예매 등이 진행되는 웹페이지엔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미국,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138개 국가 및 지역의 팬들이 찾았다.
이날 ‘버스트 스테이지’는 일종의 미니 쇼케이스 형식도 겸했다. 세븐틴이 10주년 당일인 26일 오후 6시 발매하는 ‘해피 버스트데이(HAPPY BURSTDAY)’ 타이틀곡 ‘선더’와 수록곡 ‘HBD’를 이날 초반에 들려줬다.
팀 내 프로듀서인 우지는 “10년동안 앨범을 만들다 보니 이제 ‘난 안되나’ 생각이 들었다. 근데 하늘이 또 저를 버리지 않으셨더라. 영감이 번개처럼 꽂혀 만든 곡이 ‘선더’다”라고 설명했다.
승관은 “중요한 포인트는 우지 형은 노래를 만들면서 ‘영감 받았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선더’가 처음으로 저희에게도 너무 뜻깊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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