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시간 참 빠르네요. 벌써 10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배우 카이가 12일 서울 강남구 EMK 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열린 라운드인터뷰에서 뮤지컬 ‘팬텀’과 함께한 10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한다. 빼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흉측한 얼굴 탓에 파리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팬텀’의 인간적인 면을 집중해 다룬다.
국내에서 2015년 초연해 지난달 31일부터 10주년 기념 공연을 펼치고 있다.
카이는 초연부터 2018년 삼연, 2021년 사연에 이어 이번 다섯 번째 시즌에서도 ‘팬텀’을 연기한다.
‘팬텀’의 역사를 함께해온 카이는 작품이 오랜 시간 사랑 받는 비결에 대해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소설 자체가 뮤지컬이 되기에 좋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현실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에 상상 속 인물인 팬텀이 숨어 살고 있다. 또 그가 숭고한 사랑을 한다. 현실과 상상력이 더해진 게 뮤지컬에 좋은 요건이 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잘 극대화해서 표현해 주기도 했다. 또 수많은 배우들이 작품을 완성해줬기 때문에 10년 동안 잘 이어온 것 같다”고 보탰다.
꾸준히 무대에 선 그는 10년이란 세월을 쉽게 체감하지 못했다.
카이는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나는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데 밖에서는 많은 것들이 변했다”며 웃었다.
“열심히 한다는 걸 티 내는 스타일”이라고 자기소개를 할 만큼 그는 10년이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카이는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준비가 되어있고 싶었다. 또 나중에 되돌아 봤을 때 배우로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체력과 내·외적인 관리에서 최선을 다한 10년인 것 같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이런 노력이 자양분이 돼 그는 무대 위에서 더 성숙해졌다. 그는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이 이 무대에서 가장 빛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이 모든 사람과 더불어 작품의 일원으로 어떻게 더 높은 완성도를 가질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달라진 부분을 꼽았다.
‘팬텀’은 발레와 성악,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해 무대에 펼쳐놓는 작품이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카이에게 ‘팬텀’은 자신의 장기를 더욱 잘 살릴 수 있는 역할인 셈이다.
그 역시 “싱크로율이 높다. ‘팬텀’에 참여하는 배우로서의 힘”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배우들이 성악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배우에게, 성악을 전공했다는 건 팬텀에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카이로서의 노래를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이 그에게 더 각별한 건 어릴 적 꿈을 무대에서나마 이루게 해줘서다.
“오랫동안 성악을 좋아하고 공부해온 나에겐 어린 시절 상상과 꿈에 들어와 있는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카이는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 오페라 가수로 서는 것을 늘 꿈꿨던 사람으로서 이 작품은 정말 특별한 의미”라고 했다.
그는 평소 해외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을 보러 갈 정도로 유명한 ‘뮤덕(뮤지컬 덕후)’이다. 최근 한국 뮤지컬계의 새 역사를 쓴 ‘어쩌면 해피엔딩’ 의 토니상 수상도 ‘뮤덕으로서’ 크게 반겼다.
카이는 “이 멋진 작품이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게 뮤지컬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며 “어느 분야든 물꼬가 터지면 붐이 일게 되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리나라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사랑 받는 때가 올 거라 한 명의 뮤덕으로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뮤지컬 배우로는 처음으로 단독 월드투어 콘서트를 나선 바 있는 그는 ‘토니상 남우주연상에 대한 욕심’에 대한 질문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카이는 “여전히 많은 꿈을 꿈고 있지만 그런 꿈은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는 “한국의 뮤지컬 배우로서, 한국 뮤지컬의 장점을 어떠한 행태로든 많이 표현하고 전달하고 싶다. 또 카이라는 아티스트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꿈은 있다”고 했다.
‘팬텀’은 8월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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