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K팝 2세대 대표 걸그룹 ‘소녀시대’ 리더 겸 솔로가수 태연은 K팝 3·4세대 걸그룹 멤버들의 ‘미래완료 시제’다.
태연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펼친 여섯 번째 월드 투어 ‘태연 콘서트 – 텐스(TAEYEON CONCERT – The TENSE)’가 증명한 사실이다. 콘서트 타이틀 ‘텐스’는 ‘시제(時制)’라는 뜻이다.
태연이 1년7개월 전 같은 장소에서 열었던 다섯 번째 솔로 단독 콘서트 ‘디 오드 오브 러브’는 단순 미래 시제였다.
미래완료 시제와 단순 미래 시제 차이는 무엇인가. 미래완료는 불특정한 시점에 목표든 행위든 꿈이든 무엇이 완료된다. 미래시제는 막연하다.
올해 솔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태연은 활동 생명력이 길지 않은 K팝 여성 아이돌이 어떻게 하면, 팬들과 계속 호흡해나갈 수 있는지를 갈수록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후배 여성 아이돌에게 일종의 가능태(可能態)를 심어주는 롤모델이다. 가능태는 현실적 존재로 발전하기 위한 무엇이다. 이날 객석에 앉아 있던 ‘마마무’ 문별, ‘아이브’ 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후배들이 태연을 미래완료 시제로 둔다. 그녀가 곧 꿈의 완성이 셈이다.
태연은 그런 존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함을 이날 공연에서 보여줬다. 청아한 가창은 모던록, 발라드, R&B 등 다양한 장르에 부합했다. 첫 곡 ‘패뷸러스(Fabulous)’의 웅장함을 뚫고 나오는 목소리의 힘도 대단했다. ‘핫 메스’, ‘콜드 애즈 헬’, ‘아이엔비유(INVU)’ 같은 퍼포먼스 곡 소화 능력도 유연했다.
무엇보다 무대 연출력이 일품이었다. ‘파뷸로스’의 무대 하수에서 내려오는 대형 계단, ‘메이크 미 러브 유’의 퍼지는 영상 활용 등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월식’에선 경사진 무대까지 활용해 입체적인 공간감을 연출했다. 파도가 휘몰아 치는 영상은 흡입력을 극대화했다. 이런 오브제들과 어울리는 태연의 드라마틱한 보컬이 화룡점정이었다.
밴드마스터인 피아니스트 홍소진을 주축으로 한 밴드 사운드도 선명하고 유려했다.
가로 조명과 세로 조명의 조화도 일품이었다. 특히 ‘올 포 나싱(All For Nothing)’에선 마치 손가락(세로 조명)이 피아노 하얀 건반(가로 조명)을 누르는 듯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태연의 그간 활동이 퍼즐처럼 영상에 그려졌던 ‘엔딩 크레디트’ 무대 뒤 스크린엔 태연이 참여한 영역들의 크레디트가 모두 나왔다. 이후 인스파이어드 바이 패스트(과거)-프레젠트(현재)-퓨처(미래) 태연 인 올 텐스스(Inspired By Past-Present-Future TAEYEON in All Tenses)’라는 글씨도 새겨졌다.
이것이 현재 태연의 좌표다. X축은 아티스트로서 실력과 매력, Y축은 그 아티스트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기획력, 여기에 Z축은 태연에게 입체감을 부여하는 팬덤 ‘소원’이다. 태연은 ‘스페셜 생스 투(Special Thanks To) 소원’으로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진중하게 표했다. 후배들은 태연의 좌표설정을 보면서 자신은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끊임없이 가늠한다.
이날은 태연의 생일 당일로, ‘타임 랩스(time lapse)’가 사실 주인공 같은 노래였다. “여전히 그대로죠 생일은 / 몇 번씩이나 지났고 / 분명 나 역시 조금 더 / 어른이 돼 있는 것 같은데 ♪♬”
태연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생일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웃었다. 태현의 현재는 이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시제다. 문별, 리즈 외에 ‘갓세븐’ 뱀뱀, 태연이 고정 출연 중인 tvN 음악 예능물 ‘놀라운 토요일'(놀토) 식구인 ‘블락비’ 피오와 래퍼 한해도 객석에서 태연을 응원했다.
계속해서 생생한 현재성을 발휘하는 태연의 미래완료 시제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엇인가를 완성한 상태일 것이다. 그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시제(詩題)이기도 하다.
지난 7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번 콘서트는 3회 열려 총 3만명이 운집했다. 태연은 그룹·솔로 케이스포돔 콘서트를 모두 매진시킨 첫 여성 가수이기도 하다.
전날 공연은 메가박스 전국 17개 지점 및 일본, 태국,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8개 지역에서 라이브뷰잉으로 관객들이 지켜봤다. 마지막 회차인 이날 공연은 글로벌 플랫폼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와 위버스를 통해 생중계됐다.
태연은 이번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16일 타이베이, 29일 마닐라, 4월12일 자카르타, 19~20일 도쿄, 26일 마카오, 5월 3~4일 싱가포르, 5월 31일~6월 1일 방콕, 6월 7일 홍콩 등 아시아 투어로 현지 팬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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