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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가 쏘아올린 질문…‘예술은 무엇으로 지속되는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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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영국을 대표하는 공공 미술관 테이트(Tate)가 새로운 ‘생명줄’을 꺼냈다. 테이트는 최근 1억5000만 파운드(한화 약 2580억 원)를 목표로 한 영구기금(endowment) 프로젝트 ‘Tate Future Fund’를 공식 출범하며, 장기적인 재정 자립 기반 구축에 나섰다.

이 기금은 테이트의 전시, 연구,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원금은 보존하고 운용 수익만 활용하는 방식이다. 미국 주요 미술관들이 운영해 온 영구기금 모델을 채택한 이번 결정은, 적자 예산을 감내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미술관’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외신에 따르면 25주년을 맞은 테이트 모던의 터빈홀에서 열린 갈라 행사에서 롤런드 러드(Roland Rudd) 이사회 의장이 기금 조성을 공식 발표했고, 이날만 100만 파운드가 모금됐다. 현재까지 총 4300만 파운드가 확보된 상태다.

26일 열린 갈라에는 팝 밴드 펫숍보이스와 배우 구엔돌린 크리스티가 공연을 선보였고, 미슐랭 셰프 루씨 로저스가 준비한 만찬이 테이트 트러스트 후원자들에게 제공됐다. 테이블보와 냅킨은 예술가 트레이시 에민과 디자이너 피터 새빌이 디자인해 행사의 정체성을 더했다.

테이트 관장 마리아 발쇼는 “이 기금은 우리가 지금 당장 구멍을 메우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프로그램을 지속해가기 위한 기반”이라며 “미국의 대형 미술관들이 이런 기금으로 유연성을 확보해온 만큼, 테이트 역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테이트는 2024~2025년 회계연도에 적자 예산을 승인한 상태다.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관람 수익과 자생적 수입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테이트는 영국 내 4개관(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을 운영하며, 국고 지원 외에도 유료 전시, 멤버십, 카페·숍 수익, 후원금 등으로 재원을 충당해 왔다.
테이트의 컬렉션 전시는 무료 관람이 원칙이며, 발쇼 관장은 “무료 입장은 테이트의 정체성”이라며 향후 유료 전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 컬렉션은 국민의 것이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짜 전시’는 공짜가 아니다…테이트의 기금 실험이 던지는 질문
테이트의 행보는 단순히 해외 미술관의 재정 뉴스로 그치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유례없는 재정 압박에 직면한 것은 한국의 공공 미술관도 마찬가지이지만, 영구기금이나 구조적 수익모델을 갖춘 사례는 거의 없다. 대부분 정부 지원에 의존하거나 일회성 후원에 기대는 구조로, 장기적인 자립 기반은 취약한 실정이다.

특히, 테이트는 기부금 사용의 윤리성 검증도 강화하고 있다. 모든 기부금은 윤리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는 기업 후원의 사회적 책임 논란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다. 한국 미술관 역시 공공성을 담보하면서도 외부 자본과의 접점을 보다 투명하고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화예술계에선 이번 기금 조성이 “적자 보전이 아닌 창의적 재정 구조 설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미술관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실험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627_0003229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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