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거세지면서 우리나라 수출이 크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지 않은 가운데 일평균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향후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22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353억 달러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반도체(22.1%)·승용차(40.3%) 등 수출 주력 품목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13.6%)·미국(16%)·유럽연합(8%)·베트남(32.7%) 등에 대한 수출이 늘었다.
하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을 따져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달 20일까지 일평균 수출은 22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2.7%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설 연휴가 2월에 있었지만 올해는 설 연휴가 1월로 앞당겨졌다.
조업일수의 영향을 받아 지난달 일평균 수출은 전년 대비 7.7% 증가했으나 전체 수출은 10.3% 감소했다.
이번달은 지난달과 반대로 전체 수출은 늘었지만 일평균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하면서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수출이 플러스 기조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해 우리가 수출·투자·외국인투자 등 (좋은) 실적을 올렸는데 올해가 문제다. 이것을 이어가야 한다”며 “수출이라는 지표 외에는 산업부로서 경제 기조를 끌어나갈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대한 상반기에 불씨를 이어가려는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바람과 달리 일평균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된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출 감소세가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수출 실적에는 아직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25%씩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 중에도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바 있는데, 당시 우리나라는 철강 수출량을 기존의 70%로 줄이는 대신 관세를 면제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협정이 다음달 12일부터 효력을 잃는다고 공포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철강 수출 중 21%가 미국으로 향한 상황에서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철강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18일(현지 시간)에는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약 25% 인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출한 자동차 약 278만대 가운데 미국 수출 물량은 143만대로 절반이 넘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면세 혜택을 주겠다는 조건을 내세웠지만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미국에 판매한 자동차 중 과반이 국내에서 생산돼 타격이 불가피하다.
IBK 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 대미 수출액이 최대 연 9조1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 수출 최대 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도 예고했다.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25% 이상이 될 것이고, 1년이 지나면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우선 미국 관세 조치와 관련해 대미 아웃리치(대외접촉)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의 입장과 협력 방안을 미국 신정부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지난 17일부터 4일 동안 미국 워싱턴 D.C.에 박종원 통상차관보를 보내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면담케 했다.
우리 정부는 박 차관보를 통해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상호관세, 철강 등 관세 조치에 우리나라를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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