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미국과 중국 정상이 한국에서 만나 양국 무역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의 반복적인 경제적 강압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동맹국들과 집단적 경제억제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집단방위 조항처럼 한 국가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노출될 경우, 동맹국들이 동시에 보복에 나서 중국의 경제강압을 억제하자는 구상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앤디 림 부소장, 엘렌 김 한미경제연구소(KEI) 학술국장은 27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한 공동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중국의 괴롭힘을 멈추기 위하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의 경제적 압박의 표적이 된 개별국가들은 세계 2위 경제대국에 맞서 버티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렵다. 그러나 집단적으로 행동한다면 그들은 중국의 강압을 영구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국내산업 보호가 아니라, 갈등을 빚은 상대방의 정책을 바꾸기 위해 경제적 힘을 동원해왔고,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후 이러한 무역 무기화가 크게 증가했다고 이들은 분석했다.
지난 28년간 중국의 경제적 강압 사례를 조사한 결과, 해외 정부를 상대로 한 경제적 강압조치는 23건이었고 개별 기업을 대상삼은 것은 582건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2012년 필리핀과 영토분쟁이 발생하자 바나나 수입을 중단하거나, 2020년 호주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요구하자 호주산 와인에 최대 218%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이들은 언급했다. 2017년 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문제로 한국에 이른바 ‘한한령’을 적용한 것도 유사한 조치로 풀이된다.
차 석좌 등은 “대부분 경우 해당 정부나 기업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빠르게 양보했다. 중국은 승리를 챙기고 다음 타깃으로 넘어갔다”며 “하지만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과 아시아 파트너들에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그들을 집단적 경제억제서약에 끌어들이려 노력한다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나토의 핵심 조항인 5항의 상호 방위 조약의 정신에 따라, 이러한 서약은 한 국가에 대한 경제적 강압을 모든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강압으로 간주해 집단 전체의 보복으로 대응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간 중국은 개별 국가에 경제적 강압 조치를 시행하더라도 상대가 감히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대체로 그랬다. 하지만 개별 국가에 대한 경제적 강압에 미국과 동맹국들이 힘을 합쳐 대응할 경우에는 이러한 강압을 자제할 것이란 제안이다.
이는 중국 역시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해외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주장이다. 주요 7개국(G7)과 한국, 호주를 합쳐 중국이 크게 의존하는 품목은 600여개에 달하는데 미국이 132개, 일본이 147개, 한국 48개, 캐나다 26개, 호주 22개 등이다.
이들은 실제 집단적 대응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억제한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2021년 리투아니아가 대만대표처 개관을 승인하자 제재에 나섰는데, 이후 유럽연합(EU)이 보복 절차를 마련함에 따라 추가적인 괴롭힘이 억제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러한 체계를 구축하더라도, 이는 중국의 강압에 대응할 때만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는 무역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 중국의 자유무역 질서 파괴를 막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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