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풀무원이 국내 생수 업계 1위인 제주삼다수의 판권 경쟁에 뛰어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조원대로 커진 국내 생수 시장에서 아직 점유율이 낮은 기존 자사 브랜드 풀무원샘물에 더해 4000억원 규모의 제주삼다수 판권을 별도 확보해 ‘투트랙 전략’으로 생수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25일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식품이 지난 24일 삼다수 위탁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개 입찰에 참여했다.
풀무원식품 외에도 기존 삼다수 유통사업자인 광동제약과 ‘부채표 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 등 총 11개 업체가 입찰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뉴시스 7월24일자 [단독] ‘생수 1위’ 제주삼다수 새 유통권, 광동제약·풀무원 ‘도전장’ 기사 참조)
풀무원식품은 풀무원의 100% 자회사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채널을 통해 신선식품 및 음료 사업을 제조·소싱한다.
풀무원 계열 회사가 삼다수 유통 판권을 따내기 위해 입찰에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종 위탁 사업자로 선정되면 내년부터 4년간 제주도와 자사몰(삼다수 앱)을 제외한 전국에 삼다수를 공급하게 된다.
특히 그동안 공사가 직접 맡아오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유통권까지 넘겨 받는다.
지난해 기준 공사의 도외 대형마트와 SSM 판매량은 출고 기준 약 12만t에 이른다. 삼다수 전체 유통량의 90% 가까이 갖게 되는 셈이다.
사업 규모가 1000억원 가량 높은 4000억원대로 추정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현 위탁 사업자인 광동제약의 지난해 삼다수 매출은 3197억원이다.
삼다수의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 40.4%로 1위다.
한라산 단일 수원지에서 취수한 청정 원수의 가치와 철저한 품질 관리 역시 정평이 나있다. 삼다수는 출시 이후 단 한 차례의 수질 부적합이나 행정처분 이력이 없었다.
풀무원은 자회사인 풀무원샘물을 통해 생수 사업에 나섰지만 아직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풀무원샘물은 2003년 10월 풀무원건강식품과 프랑스 생수기업 네슬레 워터스가 합작해 설립했으며, 2023년 풀무원이 네슬레 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기업 간 거래(B2B)와 온라인 중심으로 생수 사업을 영위 중이나 지난해 매출액은 924억원에 그친다.
그러나 풀무원이 삼다수를 유통하게 되면 단숨에 생수 업계 1위로 올라가게 된다.
국내 생수 시장은 해마다 그 규모가 커져 3조원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삼다수의 뒤를 이어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와 농심 ‘백산수’ 등 상위 브랜드가 높은 인지도로 안정적인 점유율을 구축하면서 후발 업체들은 유의미한 점유율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체가 직접 기획·제조해 유통 마진을 크게 줄여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이 많아진 점도 장벽 요소다.
풀무원은 삼다수 판권 확보를 통해 생수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포석이다.
앞서 생수 제조업체인 샘소슬을 흡수합병하고, ‘풀무원퓨어’·’풀무원투오’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도 사업 확장의 일환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종합식품기업으로서의 유통·물류 역량과 글로벌 수준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바탕으로 제주삼다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 판단했다”면서 “판권을 확보한다면 삼다수를 필두로 한 풀무원식품와 풀무원샘물을 각각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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