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건축 방식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현장에서 모든 공정을 진행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장에서 자재를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Prefabricated) 건축’이 새로운 주택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듈러 주택, 조립식 주택 등으로 불리는 이 건축 방식은 공사 기간 단축, 비용 절감, 균일한 품질 확보 등 여러 장점을 내세우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적 한계와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과연 프리패브 건축은 주택 시장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프리패브 건축의 장점: 시간과 비용을 줄이다
프리패브 건축의 가장 큰 강점은 공기 단축이다. 현장 공사 기간을 최대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하는 동안 현장에서는 기초 공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장 인력을 최소화해 인건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심화되는 건설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균일한 품질 확보도 큰 장점이다. 공장에서 표준화된 생산 라인을 통해 모듈을 제작하므로, 현장 환경에 영향을 받는 기존 건축 방식과 달리 균일한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이는 부실시공을 줄이고 주택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또한, 자재 낭비를 최소화하고 건설 폐기물을 줄이는 등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프리패브 건축의 미래를 밝게 한다.
◆시장 확장과 기술적 도전: 고층화, 첨단화
프리패브 건축은 단독주택이나 소형 주택에 국한되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고층 아파트와 같은 대형 건축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20층이 넘는 고층 모듈러 건축 사례들이 등장하며 기술적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서울 용산구에 들어선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13층)을 시작으로 고층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고층화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모듈 간의 접합부 기술, 구조적 안정성 확보, 그리고 방음 및 단열 성능을 강화하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모듈과 모듈을 연결하는 조립 공정의 정밀도가 주택의 내구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첨단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또한, 공장에서 미리 배선, 배관, 마감재까지 설치하는 ‘완성형 모듈’ 기술을 통해 현장 공정을 더욱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래 전망과 과제: 인식 개선과 법규 정비
정부는 주택 공급난 해소와 건설 산업 혁신을 위해 프리패브 건축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건설사들도 인력난과 공사 비용 절감을 위해 프리패브 건축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앞으로는 공공주택뿐만 아니라 민간 주택 시장에서도 프리패브 건축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가장 큰 과제는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다. ‘조립식 주택은 싸구려’, ‘임시 거주용’이라는 편견을 깨고, 품질과 내구성이 우수한 주택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업계는 프리패브 주택의 성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성공적인 건축 사례를 널리 알려야 한다. 또 기존 건축법과 규제가 프리패브 건축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발맞춰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프리패브 건축은 단순한 공법의 변화를 넘어, 건축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이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품질을 높이며, 환경까지 생각하는 프리패브 건축이 기술적 한계와 인식의 벽을 넘어, 우리의 주거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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