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첫 번째 음반 ‘피아노북’도 마찬가지지만 이 앨범들은 입문자와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북’이 됐으면 합니다.”
10일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랑랑(43)이 신작 음반 ‘피아노북2’ 발매를 기념해 기자들과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앨범의 기획 의도에 이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앨범을 통해 “(피아노) 초심자들, 입문자들이 정말 피아노를 사랑하게 되고, 좀 더 피아노 음악이 선사하는 즐거움을 진심으로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랑랑은 지난달 17일 ‘피아노북2’를 발매했다. 음반은 2019년 ‘피아노북’ 발매 이후 6년 만의 신작이다. 음반은 당시 발매 이후 전 세계 12억 회 이상 스트리밍되며 큰 인기를 받았다.
이번 음반은 총 32곡이 수록됐다. 클래식 명곡부터 영화·TV, 애니메이션, 그리고 비디오게임 테마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담겼다. 바흐, 쇼팽, 라흐마니노프 등의 작품부터 영화 ‘라라랜드’ 삽입곡 등이 수록됐다.
랑랑은 1995년 13살의 나이로 참가한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청소년 부문)에서 우승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등 개막식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랑랑은 이날 ‘교육’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게 교육적인 측면”이라며 “현대 아이들에게 좀 더 영감을 선사하고 싶어서 탄생한 앨범”이라고 강조했다.
랑랑은 자신의 이름을 딴 ‘랑랑 국제음악재단’을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재능있는 어린아이들을 후원하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설립 배경에는 유니세프 앰버서더 활동이 있었다. 그는 “(유니세프가) 세계 각국 아이들의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내 방식대로 아이들을 지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랑랑은 재단을 운영하면서 여러 학교에 음악 수업이 재개됐을 때 뿌듯함을 느낀 것을 공유했다. 재단의 최종 목표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공공 학교에 피아노 수업이 제공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면서 “음악을 다시 위대하게(make music great again)”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랑랑은 세계 클래식계에서 약진하고 있는 아시아계 연주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랑랑은 유년 시절 피아노에 입문한 당시를 회상하며 “내가 어렸을 때는 존경하거나 본받을 만한 중국계 피아니스트가 많이 없어 서양의 다양한 연주자를 보고 자랐다”며 “지금 어린 연주자들은 다양한 중국계 연주자를 보며 자신감을 갖고 꿈꾸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역설했다.

랑랑은 중국계 연주자가 국제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에 대해 “한국 피아니스트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1·2등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중국 연주자가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계통 연주가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쇼팽 콩쿠르를 우승한 피아니스트 에릭 루를 언급하며 “아시아계 연주자들이 콩쿠르를 다양하게 나가면서 환경에 조금 숙련된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다만 국제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이 곧 좋은 연주자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콩쿠르에서) 우승하면 어느 정도 수준을 증명할 수 있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면서도 “성공적인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과는 콩쿠르 우승은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랑랑은 “(작품에) 자신만의 감성이나 방식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음악을 배우거나 연습할 때 악보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무대에 올라가서 연주할 숙명이기에 곡에 대한 해석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계적으로 틀에 갇힌 연주를 경계해야 하는 점도 제언했다.
랑랑은 “AI가 도래한 시대를 맞이한 만큼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게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끝으로 피아니스트의 삶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과 같다는 점을 전했다.
“피아니스트는 2~3년 동안 집중해서 성과를 이뤄내기보다는 일종의 마라톤처럼 인내심을 갖고 배우고자 하는 태도,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콩쿠르 1등은 세계 정상의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아닌 단지 커리어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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