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와 해외 석학 등 전문가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500억원대 소송을 진행 중인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건보공단은 ‘2025년 국민건강보험 글로벌 포럼’ 중 담배 소송 특별 세션에 국내외 보건·법률·과학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가해 공단의 담배 소송이 갖는 국제적 의의와 정당성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고 12일 밝혔다.
WHO 건강증진부 공중보건법 및 정책 부문 책임자인 벤 맥그래디는 기조연설에서 국제 담배 규제 원칙과 회원국의 책무를 강조하며 “한국의 담배 소송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역시 법원이 담배회사의 기만적 행위에 책임을 물었다”며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는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흡연이 폐암·후두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의학적으로 명백하며 흡연자는 평균 10년 이상 수명을 잃고 있기에 각국 정부들의 보건교육·세금부과 등 강력한 법적 조치들이 담배 산업과의 싸움에서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공단 측 소속 대리인 최종선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단순한 손해배상을 넘어 담배회사의 책임을 묻고 미래 세대를 위한 경종을 울리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의미를 뒀다.
필립 트루델 변호사는 캐나다 퀘벡 주의 집단소송에서 흡연 피해자를 대리해 담배회사를 상대로 거액의 배상책임을 끌어낸 경험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캐나다 역시 수십 년의 법적 투쟁 끝에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받았으며 한국도 과학적 근거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반드시 담배 산업의 책임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갑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이번 소송은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위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기회이고 과학은 법의 정당성을 떠받치는 기둥이며 법은 과학의 손을 잡을 때 정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흡연 폐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담배회사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약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20년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질병이 흡연 외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했다고 하더라도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손해배상을 구할 권리는 없다며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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