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21일 독일에서 날아온 에스더 쉬퍼(60)대표는 40년 저력의 뚝심을 보였다.
이날 에스더쉬퍼 서울이 이태원에서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 관련 한국 기자들을 만난 에스더 쉬퍼 대표는 한국에서 확장한 두 번째 공간에 대해 “기념비적인 단계”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에스더쉬퍼 서울은 2022년 이태원 경리단길에 문을 연 후 성장세로 2월 서울 한남동 4층 규모의 새로운 공간으로 몸집을 키웠다. 1989년 독일 쾰른에서 시작한 에스더쉬퍼는 독일 3대 화랑으로 지난 36년간 베를린을 시작으로 파리와 서울 등 글로벌 예술의 중심지로 의미 있는 족적을 이루고 있다.
에스더쉬퍼가 한국에 서울 분점을 추진 한 건 2017년으로 팬데믹 시기를 거쳐 5년이 걸렸다. ‘프리즈 아트페어’의 서울 상륙으로 한국미술시장이 뜨거워지면서 글로벌 화랑들의 러시 속에 에스더쉬퍼도 2022년 공식적으로 서울에 진출했다.
우고 론디노네, 필립 파레노, 아니카 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을 한국에 알리며 국내 미술관 전시로 이끈 에스더 쉬퍼는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 라이언 갠더, 리암 길릭, 사이먼 후지와라, 토마스 데만트, 티노 세갈, 한국 작가 전현선 등 다양한 국적과 세대를 아우르는 50여 명의 작가들이 에스더쉬퍼 소속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호황기를 누린 미술시장은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혼란한 정국 속 경기불황이 길어지면서 미술시장은 더욱 암울한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에스더쉬퍼의 확장 이전은 낙관적 이기보다 우려가 된다는 질문에 에스더 쉬퍼 대표는 “무모한 짓은 아니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경기불황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활동이 정체된 상황”이라며 “우리의 확장은 자연스러운 단계 정도”라면서 갤러리스트의 사명감을 전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것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동등한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런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쉬퍼 대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아직 관객 층은 넓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신중하고 주의 깊게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 덜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자신했다.
독일에서 시작해 아시아 한국까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성장세를 보인 그는 겸손했다. “한국 고객들의 덕분이고 김선일 대표와 어메이징한 팀이 없었다면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마칠 수 없었다”직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했다.
서울 진출 3년 만의 확장 이전과 함께 11년 만의 신규 파트너로 김선일 디렉터를 임명, 향후 행보도 기대된다.
에스더 쉬퍼 서울 김선일 디렉터는 지난 2022년 이태원에 처음 문을 연 이후 안젤라 블록의 한국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로사 바바, 안리 살라, 토마슈 크렝치츠키, 토미야스 라당의 개인전 등 11번의 전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에스더쉬퍼 서울만의 독자적인 기획 전시를 꾸준히 진행하고, 국립 미술관의 학예사를 초청하여 특별 강의를 진행하는 등 글로벌 작가들을 한국에 소개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한국 작가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에스더쉬퍼 베를린과 서울의 동시 전시 진행, 전현선 작가를 유럽 시장에 소개하는 한편 지속적인 신진 발굴에 힘쓰고 있다.
◆에스더쉬퍼 제2의 확장세…대표작가 12명 전시
2월 한남동의 새로운 공간으로 확장 이전한 에스더쉬퍼 서울은 전속 작가 50명중 대표작가 12명 전시를 펼쳤다.
1층 아니카 이의 작품을 시작으로 제너럴아이디어, 라이언겐더 피에를 위그, 마린 보이스, 도미닠 곤잘레스 포에스터,안베로니카 안센스, 토마스 데만트, 전현선, 우고 론디노네, 사이먼 후지와라, 필립 파레노의 작품이 쨍쨍하게 전시됐다.
주택가에 있는 4개 층의 작은 전시장이지만 내부에 곡선 계단이 휘감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눈길을 끈다.
한남동 에스더쉬퍼의 전체 디자인은 마커스 도샨치가 이끄는 뉴욕의 건축 스튜디오 MDA가 담당했다. 미니멀한 기능주의를 추구하는 스튜디오 MDA는 기존의 비정형 구조와 계단의 형태를 유지한 채 자연 채광을 통한 빛이 전체의 공간을 유기적으로 감싸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썼다.
외부와 통하는 1층 윈도우 갤러리를 시작으로 2층과 3층을 메인 전시장으로, 4층은 보다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관람객들을 위한 프라이빗 쇼잉룸으로 구성하여 관람객의 전시 경험을 극대화한다.
김선일 대표는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에스더쉬퍼 서울은 2025년, 보다 넓어진 공간에서 그 어떤 갤러리보다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작품들로 한국의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예술시장과 미술계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공간은 오는 22일 소프트 오프닝을 시작으로 3월 첫 단체전을 펼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