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 취업 전부터 친구들과 매주 축구를 즐기던 A씨는 입사 후 사내에 축구 동호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사에서 축구 장비, 운동장 대관 등 동호회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고 한다. 대표까지 나서서 동호회 가입을 적극 독려하는 상황. 이에 이끌려 동호회에 가입한 A씨는 한 달에 2번씩 회사 선후배들과 함께 축구경기에 참여했다. 회사 간부들이 직접 경기를 보러와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 날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A씨는 퇴근 후 진행된 시합에서 발목 골절상을 입었다. 앞으로 몇 달간 깁스를 해야한다.
회사 동호회는 사내 복지 중 하나다. 복리후생의 일환으로 사업주가 동호회 운영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신입 채용글에도 홍보성으로 명시되는 등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하는 대표적인 제도다.
그렇다면 동호회 활동 중 다치는 경우는 어떨까. 산업재해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업주가 직·간접적으로 활동을 관리하거나 지원한 사실이 입증되면 산재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산재 기준 등이 포함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상, 질병, 장해, 사망 등이 발생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또 산재보험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운동경기 참가를 통상적, 관례적으로 인정한 경우 업무상 사고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동호회의 주최, 목적, 내용, 참가인원, 강제성 여부, 비용부담 등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전반적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다면 산재라고 보고 있다.
관건은 사업주의 관리, 강제 등 관여 여부다. 우선 법원의 판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사내 풋살 동호회의 평일 저녁 경기 중 미끄러져 손목 골절을 입은 근로자의 산재를 인정했다.
원고인 근로자는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근로자의 요양급여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은 ▲사업주가 직원들에게 경기에 참가하도록 지시하지 않은 점 ▲불참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점 ▲경기에 참가한 시간이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점 등을 들며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했다.
판결에 따르면 해당 회사는 소속 근로자들에게 동호회 활동 지원 내용을 홍보했고 동호회는 대표자의 승인을 받아 설립됐다. 지원금도 받았으며 매월 활동계획서를 작성해 회사에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동호회 활동을 장려한 점 ▲활동 내용과 참여 인원에 따라 실비를 지원한 점 ▲회사의 승인 절차를 거쳐 설립된 점 ▲사전에 활동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활동 후에도 보고서를 제출해 승인받도록 한 점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사내 동호회 운영 전반을 인사관리 체계 내에서 관리 및 감독하고 있었다”며 “참석에 강제성이 없었고 사업주나 관리자가 직접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A씨 사례로 돌아가보면, 참여의 강제성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판례처럼 A씨가 가입한 동호회가 회사의 체계적인 관리 및 지원 하에서 이뤄지고 있다면 산재 인정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대표이사가 참여를 독려했고, 회사 차원에서 경기를 참관하기도 했다. 활동 비용도 지원됐다.
산재보험법상 ‘운동경기 참가를 통상적, 관례적으로 인정한 경우’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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