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10년 전 누군가가 저에게 ‘너 10년 뒤에 한국 창작 뮤지컬로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 설 거야’라고 했으면 그냥 웃었을 것 같아요.”
상상도 못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뮤지컬 배우 김수하가 한국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으로 웨스트엔드 관객들을 만난다.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수하는 “10년 만에 가장 한국적인 작품으로 영국에 갈 수 있어 신기하고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수하가 웨스트엔드 무대에 오르는 건 2015년 뮤지컬 ‘미스사이공’ 이후 10년 만이다. 당초 킴 커버(대체 배우)와 앙상블로 캐스팅됐던 그는 한 달이 되지 않아 킴 역을 맡아 공연을 소화했다.
이후 해외투어에 참여하다 2019년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초연으로 한국 무대에 처음 섰다. 투어 공연 중인 김수하를 만나러 스위스까지 날아간 송혜선 PL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설득 끝에 이뤄진 출연이었다.
김수하는 “‘미스사이공’이라는 이국적인 작품으로 런던에서 먼저 데뷔했고, 나라는 사람을 한국에서는 거의 모를 때였다”며 “대표팀이 제안을 주셨을 때 ‘한국에서 한복을 입고 데뷔하면 어떨까’ 싶었다. 이것도 인연이고 운명이고 기회가 아닐까 했다. 언제 한복을 입고 뮤지컬 노래를 불러볼 수 있겠나”라고 돌아봤다.
그렇게 초연부터 이번 네 번째 시즌까지 함께하고 있는 작품이 그를 다시 영국으로 데려간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다음 달 8일 영국 런던 질리언 린 극장에서 특별 공연한다. 1847년 개관한 질리언 린 극장은 런던 웨스트엔드 중심부에 있는 대표 공연장이다.
김수하는 “극장도 웨스트엔드 번화가에 있는 극장이다. 너무 영광스럽고 좋은 극장에서 먼저 연락을 주셔서 태극기를 두르고 하는 마음으로 해야 할 것 같다”며 설렘과 각오를 전했다.
작품은 시조가 금지된 가상의 나라 조선을 배경으로, 백성들이 억압에 맞서 시조와 춤으로 자유와 정의를 외쳐나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김수하는 조정 실세의 딸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백성과 함께 시조를 읊는 진 역할이다.
영국 공연은 ‘스웨그에이지 인 콘서트(Swag Age in Concert)라는 제목으로 100분간의 특별 공연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수하는 “콘서트라는 이름 때문에 ‘서서 노래하겠구나’ 하시겠지만 최소한의 대도구만 두고 공연과 똑같은 안무와 노래, 동선이 갖춰진 무대를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한국 문화는 세계 무대에서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10년 전 런던에 갔을 때 외국 친구들은 한국하면 ‘강남스타일’ 밖에 몰랐다”고 회상한 김수하는 “지금은 내가 묻기도 전에 ‘나 한국의 어느 가수 좋아해, 어떤 작품을 재미있게 봤어’라고 말하더라. 너무 감사하게 변하고 있고, 이런 시기에 영국에 갈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미소 지었다.
한국의 전통 복장도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영국 공연은 더욱 의미가 깊다.
김수하는 “외국인들이 갓에 대해 알고 있다더라. 최근에 애니메이션(케이팝 데몬 헌터스)으로 주목받는 시기에 우리가 갓을 쓰고 (영국에) 간다. 전통 의상 한복을 입는데, 이런 모습을 영국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어 영광”이라며 웃었다.
이어 “정통성이 보이는 시조와 랩을 활용한 힙합적인 음악과 운율이 나온다. 오히려 영어로 하지 않고 한국 말로 해서 오리지널의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굉장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런던 공연은 단 1회로 끝나지만 제작사는 내년에는 이 작품의 170분 분량 정식 공연을 해외에서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수하는 해외 정식 공연에 대해서도 “욕심이 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중요한 것 같다”며 “사실 이번에도 욕심 같아서는 세트를 다 가져가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더라. 대신 무대를 세트나 조명보다 배우로 꽉 채워서 열정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눈빛을 빛냈다.
함께 무대에 설 배우들도 남다른 결의로 영국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김수하는 “기대도 걱정도 있다. 익숙한 곳에서 하는 공연이 아니고 하루만 하는 거다 보니 모든 여건이 아무래도 부족할 것”이라면서도 “한국 대표로 간다는 마음이다. 저희가 잘하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질 테니 긍정적인 긴장감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는 “용기와 희망”을 꼽았다.
김수하는 “‘우리에게 희망이 남아있다, 끝이 아니다’는 희망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진이의 말들, 가사들이 위로가 돼 조금이라도 용기를 얻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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