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켜지는 겨울의 등불…연극 ’12월 이야기’ 내달 개막 3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하는 연극 ’12월 이야기’가 오는 12월 1~31일 서울 종로의 아트 스페이스 반쥴에서 공연된다.

2005년 첫 공연 후 20년 만에 같은 제목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는 ’12월 이야기’는 “어딘가에 꼭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 존재한 적 없지만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라는 정서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다.

카페 ’12월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여덟 명의 인물이 연말 어느 밤 한자리에 모이며 고백과 침묵, 사랑과 상처, 환상과 회귀가 뒤섞이는 독특한 연극적 세계를 펼쳐낸다. 이 공간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관객의 기억을 두드리는 ‘유년의 집’, 그리고 마음의 은둔처로 설정돼 있다.

이번 공연은 극단 제비꽃의 창립 연출가 최창근이 다시 연출을 맡아 완성도를 더한다. ‘한국의 체호프’라는 평가를 받아온 그는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온 이유는, 우리가 무엇을 잃고 또 무엇을 품고 살아왔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라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한강 작가와의 오래된 우정, 그리고 인간 존재의 순환을 향한 시선이 작품 전체에 깊이 스며 있다.

무대는 실제 ‘응답하라 1988’의 만남의 장소로 사용됐던 종로 반쥴의 스테이지를 그대로 활용해, 작품 안팎의 현실과 허구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이는 카페라는 공간이 지닌 ‘기억의 밀도’를 극대화하며 연극의 주제인 집, 귀환, 그리고 인간관계의 미세한 온도를 깊이 있게 체험하게 한다.

작품에는 옥타비오 파스, 생텍쥐페리, 일본 근대극 등 다양한 예술·철학적 레퍼런스가 스며 있으며, 인물들의 대사는 때때로 시와 철학, 삶의 비밀에 닿아 있다. ‘영혼을 홀리는 배우’, ‘덧없음의 아름다움’, ‘사라짐과 남음’ 같은 테마는 공연의 정조를 이끌며 관객에게 사색의 여지를 남긴다.

공연에는 연극·영화·드라마를 넘나드는 이승연, 홍승일, 오주환, 박유밀, 최솔희, 현성, 최승열, 심마리, 박시영 등 9인의 배우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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