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내 걸그룹 최다 인원인 24인조 ‘트리플에스(tripleS)’가 완전체로 다시 돌아왔다.
트리플에스가 12일 오후 6시 음악 플랫폼에 완전체 디멘션(DIMENSION·유닛) 새 앨범 ‘어셈블(ASSEMBLE) 25’를 발매했다.
총괄 프로듀서 정병기(제이든 정) 대표가 이끄는 기획사 모드하우스가 2022년 4월 그룹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s1 윤서연을 시작으로 지난해 4월 s23 서아·s24 지연까지 약 2년에 걸쳐 스물네 명의 멤버를 공개했다.
트리플에스는 1년에 한 번 완전체로 앨범 활동을 한다. 작은 s들이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고 함께 모여 힘을 합쳐 큰 S가 되는 과정이다.
트리플에스의 제작 포뮬러(공식)는 K팝계 미적분(微積分)이라 할 만하다. 미분(微分)은 무한히 잘게 나누는 개념, 적분(積分)은 반대로 잘린 것을 무한히 쌓는 개념이다. 속도를 미분하면 가속도, 가속도를 적분하면 속도다. 미적분을 알면, 실시간으로 변하는 걸 예측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트리플에스 구성에 적용할 수 있다. 트리플에스가 초반에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내세운 문구는 ”작은 s’로 살아가다 서로를 만나 ‘큰 S’가 된다’였다. 완전체 그림을 그린 뒤 멤버 한 명씩 소개하는 과정이 미분이고, 멤버들이 유닛을 이루거나 24인 완전체가 된 건 결국 적분인 셈이다.
그 과정에서 멤버들의 성장의 속도·가속도를 팬덤 ‘웨이브(WAV)’는 발견하고 계산했다. ‘모든 가능성의 아이돌’이라는 표어는 그렇게 설득력을 갖는다. 덕분에 열렬한 팬덤이 생겨났고, K팝의 새로운 디멘션(DIMENSION·차원)이 탄생했다.
지난해 ‘어셈블24’의 ‘걸스 네버 다이(Girls Never Die)’를 통해 주목 받았다. “죽을 힘을 다해 버티다 보면 언젠가 삶도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는 노랫말이 크게 공감대를 얻었다.
완전체로 두 번째 정규인 이번 앨범엔 타이틀곡 ‘깨어(Are You Alive)’를 비롯해 총 열 개의 트랙이 실린다. 특히 전 세계 2만8233명의 팬이 참여한 그래비티(gravity·투표)를 통해 ‘깨어’가 타이틀곡으로 선정됐다.
‘깨어’는 얼터너티브 댄스 장르다. 캐치한 후크와 24 인이라는 다인원 멤버들의 다양한 색깔을 담아내는 구성이 감상 포인트다. 트리플에스는 희망과 절망 그 사이에서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위해 노래한다. 멤버들마다 확연히 달라진 머리 스타일은 성숙해졌다는 방증이다.
트리플에스 멤버 s7 김나경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SOL트래블홀에서 열린 ‘어셈블 25’ 언론 쇼케이스에서 “새롭게 깨어난 저희의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동안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라고 예고했다.
이번 앨범 서사는 ‘세상이 그렇게 밝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 어둠 속에서 깨어나자고 노래하며, 방황 속에서도 서로가 연대하고 힘을 모아 삶의 의미를 찾아낸다’로 압축된다. 불완전하고 불안한 시대에서도 서로를 향하는 소녀들의 의지와 사랑 그리고 우정 등을 담았다.
뮤직비디오 역시 앞선 완전체가 선보인 ‘걸스 네버 다이’ 세계관과 이어진다. 앞서 ‘걸스 네버 다이’ 뮤직비디오는 삶에서 흔들리는 청춘들이 “다시 해보자”로 수렴되는 과정을 잘 만들어진 드라마처럼 풀어냈는데 이번 ‘깨어’ 뮤직비디오 역시 아련한 미감의 영상 질감을 내세워 이 같은 과정을 변주한다. ‘걸스 네버 다이’에도 등장하는 욕조 신을 이번에 공유빈과 정하연이 소화하고, 김나경이 울면서 자전거를 타는 장면은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보여준다.
특히 앨범 커버로도 사용되고 뮤직비디오 내내 등장하는 민들레 씨방 갓털은 이번 앨범의 세계관을 압축했다.
사실 국내에서 만들레 하면 노래 제목 때문에 ‘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말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사실 민들레는 꽃을 피우고 씨앗으로 번식하므로 홀씨, 즉 포자(胞子)가 없다. 포자는 극한 상황에서 버티기 위한 생식 세포다. 흩날리는 씨앗은 사실 민들레 씨방에 붙어 있는 갓털이다. 갓털은 관모(冠毛)라고도 한다. 꽃받침이 털처럼 변한 것이다. 이 갓털은 바람을 타고 어디든 날아갈 수 있다. 뭉쳐 있다가 자유롭게 날아가고, 다시 뭉치는 트리플에스 스물 네 멤버를 이보다 잘 형상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깨어’ 뮤직비디오에서 잠든 멤버들이 민들레 씨방에 붙어 있는 갓털처럼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이 딱 겹쳐진다.
이건 음원차트에서 호성적을 거뒀을 뿐 아니라 각종 집회, 시위 현장에서 울려 퍼지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이어 이 시대 소녀들의 ‘아침이슬’이 된 ‘걸스 네버 다이’ 세계관과 이어진다.
s14 박소현은 “(관심은) 당연히 부담감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 부담감이 되게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어요. 오히려 저희 멤버들끼리 더 으쌰으쌰하고 진짜 말 그대로 연대를 하면서 그런 방식으로 많이 극복을 했었던 것 같다”고 여겼다. 특히 “현장에서 울려퍼졌다는 게 어떻게 보면 기억에 남는 시간 속에 저희의 음악이 있는 거잖아요. 그것만으로 되게 감사하게 생각해요. 앞으로도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음악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랐다.
그 가운데 이번 ‘깨어’에도 포함된 “라라라”는 트리플에스가 주저 앉은 10대들에게 보내는 응원가다. “라라라”는 트리플에스의 시그니처 사운드 중 하나다. ‘제너레이션’, ‘라이징’, ‘걸스 캐피털리즘’, ‘걸스 네버 다이’ 모두에 “라라라” 구간이 있다. 트리플에스의 “라라라”는 마냥 신나지 않는다. 처연하면서도 애틋하다. 이번 “라라라”는 미스터리하면서도 가슴을 벅차게 만든다. 최근 K팝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프로듀서가 정병기 대표다. 트리플에스 “라라라” 시그니처 곡에 모두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그는 국내 A&R 1세대로 통한다.
s5 김유연은 “저희가 ‘라라라’로 정말 많은 곡들을 냈는데 사실 대중분들께 어떠한 것으로 기억에 남는다는 게 어렵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가 ‘라라라 시리즈’로 기억에 남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일부에선 언젠가는 ‘라라라’를 빼야 하지 않겠냐는 반응도 나온다. 김유연은 “그 부분에 대해서 사실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아무래도 타이틀곡을 정할 때 팬분들의 의견이 함께 하기 때문에 저희가 떼야 되는 순간에 아마 팬분들이 빼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무대를 비롯한 스케줄 소화 과정에서도 한결 프로다워졌다. 팀의 메인 보컬인 s10 서다현은 “전이랑 비교했을 때 멤버들이 전체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짚었다. 예컨대, 녹음 스킬이라든지 동선을 정리할 때 빨리빨리 이동하는 팀워크가 더 돋보이게 됐다. 서다현은 “보컬적으로도 멤버들의 실력이 되게 많이 늘어서 ‘메인 보컬’로서 굉장히 뿌듯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고 흡족해했다.
팬덤 ‘웨이브’가 그래비티(투표)를 통해 타이틀곡으로 선정해준 ‘깨어’를 녹음하면서 위로 받은 순간들도 수두룩하다.
s12 곽연지는 “저희가 새벽까지 연습하는 순간들이 정말 많았어요. 지치는 순간들이 왔을 때도 ‘사실 난 행복하고 싶은 걸
누구보다 더’ 같은 가사들을 들으면서 연습하니 힘을 얻게 되더라”고 말했다.
s4 김채연도 가사에서 위로를 받았다며 “정말 행복하려고 하는 일이 왜 이렇게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게 가끔은 숨이 차고 힘들지라는 부분에서 되게 공감이 갔다”고 했다.
결국 ‘걸스 네버 다이’에 이어 ‘깨어’도 자신들과 웨이브를 위로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걸스 네버 다이’는 제게도 되게 소중한 곡이에요. 정말 힘든 순간들에 이 노래를 생각하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었어요. 그런 만큼 이 노래가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그리고 위로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가치 있고 저희가 행복감을 느낄 거 같아요 ‘깨어’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발견이든 생각이든 ‘깨임’의 순간이 올 거라 믿습니다.”(김유연)
‘어셈블25’엔 ‘깨어’ 외에도 ‘@%(Alpha Percent)’, ‘어제 우리 불꽃놀이’, ‘러브 차일드(Love Child)’, ‘페르소나(Persona)’, ‘투 핫(Too Hot)’, ‘디아블로(Diablo)’, ‘프렌드 존(Friend Zone)’, ‘러브투러브(Love2Love)’ 등이 실린다.
트리플에스는 이날 오후 웨이브를 만나는 쇼케이스를 열고 컴백 신고식을 치른다. 7월엔 서울과 일본에서 완전체 콘서트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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