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소리 없이 헌신한 비구니스님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 광용스님은 106주년 3.1절을 앞두고 뉴시스와 만나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재조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차원에서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와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는 뮤지컬 ‘비구니스님들의 독립운동 이야기'(비스독)를 준비했다. 공연은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지난달 28일 개막해 오는 2일까지 총 6회가 진행된다.
‘비스독’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아낸 다큐 뮤지컬로, 지난해 비구니 스님 3인으로 첫선을 보인 공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 작품은 ‘비구니인물사전 디지털아카이브 편찬’이 계기가 돼 기획됐다.
광용스님은 “지난해 5월 ‘비구니인물사전 디지털아카이브’ 편찬보고회를 열면서 2부 행사로 관련 자료 중 독립운동에 기여한 비구니 스님 가운데 봉려관, 성해, 상근 등 비구니 스님 세 분을 중심으로 뮤지컬을 공연했는데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봤다”며 “특히 젊은 비구니 스님 가운데 개인적으로 ‘이런 작품을 올려줘 고맙다’고 전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이 시대에 자료의 문화 콘텐츠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는 등장하는 비구니 스님들이 늘었다. 등장 인물 대부분이 옥수동 미타사의 비구니스님들을 비롯해 봉려관(1865~1938), 성해(1889~1982), 상근(1872~1951), 보각( 1904~2006), 옥봉(1913~2010) 스님 등 그동안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비구니 스님들이다.
광용스님은 “어느 한분도 훌륭하지 않으신 분이 없다”고 했다.
옥수동 미타사 비구니 스님 40인은 불교계 중에서 가장 앞장서서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했다. 봉려관 스님은 독립운동과 제주불교 중흥에 헌신했다. 성해 스님은 봉려관 스님의 상좌로 드러내지 않고 은사를 도왔다.
상근스님은 민족 대표 33인 중 불교계 대표 한용운, 백용성 등 두 스님을 위시해 백초월, 이종욱, 신상완 등을 도운 숨은 조력자였다.
보각스님은 유관순과 함께 3·1 만세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임시정부에서도 활약했다. 옥봉스님은 만해 스님을 비롯한 여러 독립운동가의 자금 조달책과 연락책을 맡았고, 독립운동가 안창호 선생의 옥바라지를 했다.
광용스님은 독립운동사에서 대표 인물들만 기억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광용스님은 “지금까지 우리는 대표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역사 인식을 해왔다”며 “독립운동을 어찌 몇몇 대표자들이 했겠으며 독립운동을 하신 분도 배고프고, 춥고, 덥고… 사람으로 필요할 건 다 필요한데, 그 많은 일을 누가 도왔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자기 이익과 명예는 조금도 바라지 않고 국경을 넘고 감옥을 드나들면서 편지를 전하고 불사를 가장해 독립 자금을 모은 아름다운 비구니 선조들의 선행을 이 시대 비구니 승가와 불자들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 제작은 뮤지컬 극단 ‘야성’이 맡았다. 배우 서예지, 조재경, 안혜인, 김현진, 이정일, 김소원, 강하, 임고은 등이 참여했다.
광용스님은 1인 다역으로 여러 스님을 연기하는 배우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전국비구니회는 자체 제작한 공연물을 비구니회관 밖에 있는 공연장에서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인 탓에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한다.
광용스님은 “처음이라 무엇 하나도 어렵지 않은 것이 없었다”며 “누구에게 어떻게 홍보할지도 막막했고, 예약을 받는 일도 인터넷 시스템을 만들지 못해 전화로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 “공연에 필요한 여러 인쇄물을 제작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라고 있다”며 “어렵고 힘들지만 잘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스님의 우려와 달리 이번 공연은 이미 흥행 바람을 탔다. 공연 마지막 회차 외 전 공연 예약이 만석이다.
광용스님의 공연에 대한 유일한 바람은 독립운동에 헌신한 비구니 스님들의 정신이 국민들에게 기억되는 것이다.
“비구니스님들은 독립운동가 요원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밥 해 먹였고, 여염집 여성과 왕실 여성으로부터 받은 시주금을 모아다가 독립자금을 대고, 사람들이 절에 오면 독립운동의 중요성을 은근히 알렸으며, 광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했어요. 개인 명예나 사익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려는 진정성과 자비의 마음이 스님들의 가장 훌륭한 점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바로 이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