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오랫동안 관객에게 사랑받아 왔던 고전 작품이 연기력을 갖춘 배우와 현대적인 연출가를 만나 다시금 ‘연극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침체된 공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 공연을 마감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전국 15개 도시 순회공연으로 열기를 이어간다.
작품은 평범한 세일즈맨 ‘윌리 로먼’이 1930년대 일어난 대공황이라는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직업과 가족을 잃어 가는 이야기를 통해 ‘아메리칸드림’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1949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관객에게 사랑받은 현대 고전 명작으로 연극계 3대 작품상인 퓰리처, 토니, 뉴욕연극비평가상 등을 모두 석권한 아서 밀러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3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 당시 연이어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무대에는 윌리 로먼 역에 박근형과 손병호, 윌리의 아내 린다 로먼 역에 손숙, 예수정이 나서는 등 관록 있는 배우들이 나섰다.
초연부터 윌리 로먼을 연기했던 박근형은 “공연을 하는 동안 더없이 행복했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김재엽 연출가는 한 인터뷰에서 “고전이란 현재적인 가치가 계속 증명되는 작품”이라고도 했다.
아서 밀러의 또 다른 연극 ‘시련’도 화려한 캐스팅을 뽐낸다.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서 실제 일어난 ‘마녀재판’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인 ‘시련’은 억압된 사회구조와 집단 안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모습을 담아냈다.
6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작품으로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고발하며 아내와 마을 사람들을 지켜내려는 ‘존 프락터’ 역에 엄기준과 강필석이 출연한다. 권위의식과 물질적 탐욕이 가득한 ‘사무엘 패리스’ 역은 박은석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진실을 파헤치는 목사 ‘존 헤일’ 역에는 박정복이 캐스팅됐다.
주연을 맡은 엄기준은 1995년 연극 ‘리차드 3세’로 데뷔했고 드라마 ‘유령’, ‘복면검사’, ‘펜트하우스’ 및 뮤지컬 ‘광화문 연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배우이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김수로는 “너무나 사랑하는 작품”이라며 “제작자로서 무대에 꼭 올리고 싶었고 연기에 대해 일깨워준 작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연극은 오는 4월 9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을 앞뒀다.
또 서울시오페라단이 오페라에 연극 요소를 더한 ‘파우스트’에서도 무대 연기를 선보인다.
작품은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평생 집필한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프랑스 낭만주의 오페라의 거장 샤를 구노가 1859년 오페라로 재탄생시켰다.
배우 정동환이 노년의 파우스트 역으로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인간이 지닌 욕망·회한·고통 등 복합적인 감정을 그려낸다.
정동환은 과거 “파우스트는 자연을 정복하겠다는 욕망을 갖고 있죠. 근데 자연은 우리가 순응해야 할 대상이지 극복 대상이 아니”라며 “코로나19도 인간의 교만에서 온 거 아닙니까. 그런 부분은 우리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과 통한다”고 한 바 있다.
엄숙정 연출가는 이번 공연에 대해 “괴테의 문학과 구노의 선율 속에 담긴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과 구원의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깊이 와 닿길 바란다”고 했다.
파우스트는 4월 10~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이같이 고전 작품에 대한 인기에 대해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고전 작품은 크게 유행을 타지 않고 주기적으로 사람들한테 관심을 받는 작품들”이라며 “고전은 시대를 뛰어넘은 감동을 전해줄 수 있고 훌륭한 배우의 깊이 있는 연기와 연출자의 새로운 감각의 연출로 팬들이 작품을 찾는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