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회화 2’로 묶였던 수채화는 독립할 수 있을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국내 최초로 수채화 소장품만 모아 선보인 ‘수채화:물로 그리다’ 전시는 한계를 보여준다.
근대기 ‘신문물’로 불리던 수채화였지만 현란하고 진득한 유화와 아크릴에 밀려 ‘독립 장르’ 이름표를 달지 못했다. ‘유화 전 단계의 숙련되지 않은 작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18일 언론에 미리 공개한 ‘수채화’ 전시는 수채화 단독 장르로만 구성됐다고 하지만 ‘혼합 재료’의 작품도 섞여 ‘맑고 투명한’ 수채화의 맛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
반면 이 전시는 작가들의 작은 소품도 모아 한자리에 선보여 미술관의 주요 기능인 ‘아카이브’에 충실한 점이 돋보인다.
청주관 류지연 부장은 “전체 회화 소장품의 범주는 회화와 도로잉으로 나누는데 수채화를 구분하는데 복잡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작가들이 수채를 ‘혼합매체’, ‘복합재료’로 구분을 해 쓰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전시는 작가가 아카이브를 통해 ‘수채’라고 설명을 한 경우만 모아 소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장품으로만 구성된 전시는, 숫자는 많지만 시대별 구성과 작가별 다채로움은 약해 수채화의 정통성과 현대성을 아우르지 못한다. 근현대 1세대 작가들의 편중으로, 현대 수채화의 다양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술관에 수채화 작품이 이렇게 많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정재임 학예연구사는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수채화를 보여준다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처음으로 수장고 밖을 조심스럽게 나온 해방된 수채화에 학예연구사의 말은 희망적이다. “빠진 작품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놓친 작가는 없는지, 수채화라는 장르를 어떻게 보완해나갈 것 인가에 대한 숙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는 그는 “전시나 연구를 통해 보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강연균, 강요배, 강환섭, 곽인식, 구본웅, 김기린, 김명숙, 김수명, 김정자, 김종하, 류인, 문신, 박명조, 박서보, 박수근, 배동신, 서동진, 서진달, 손일봉, 양수아, 유강열, 윤종숙, 이경희, 이두식, 이인성, 이중섭, 장발, 장욱진, 전상수, 전선택, 전현선, 정기호, 정상복, 정영렬 등 총 34명의 수채화로 분류된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강렬한 오방색의 축제 그림을 그렸던 이두식의 초현실적인 수채화가 눈길을 끈다. 20년 만에 공개된 ‘생의 기원’으로, 1970년대 중반 이후 치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연필 드로잉과 함께 선보인 수채 물감을 사용한 연작이다.
김성희 관장은 “우리 미술관이 최초로 수채화 장르만으로 단독 구성한 전시”라며 “이렇게 아름다운 전시가 기획 됐다는 것에 놀랐다”며 상찬했다. 특히 “이중섭 작가의 엽서화 코너를 아주 아름답게 꾸몄는데 보시면 감탄하실 것”이라고 했다. 동양화의 몰골기법으로 수채물감을 사용한 이중섭 작품은 가족 그리움을 더욱 투명하게 전한다.
전시 연계로 선보인 2층 ‘보이는 수장고’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수채 소장품 중 최근 작품으로 수채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작가 전현선의 총 15폭으로 구성된 ‘나란히 걷는 낮과 밤’이 전시된다. 2층에서는 수채화 전시 작품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고, 살근살근 수채화 코너도 마련, 책상에 놓인 수채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전시는 9월7일까지. 관람은 2000원.
한편 국내 최초 ‘보이는 수장고’로 2018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구)연초제초장을 미술관으로 재건축한 공간이다. 과천관, 서울관, 덕수궁관에 이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네 번째 분관이다. 지상 5층 규모에 수장 공간 10개를 갖췄다. 2024년 누적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청주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금지 구역’ 수장고가 아닌 ‘투명 개방 수장고’로 마트처럼 연출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직접 둘러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