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GS문화재단이 오는 24일 GS아트센터 개관을 기념해 현재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현대무용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의 작품 3편을 선보인다고 16일 밝혔다.
마르코스 모라우는 기괴한 상상력과 독특한 움직임,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안무가다. 장르적 관습을 부수고 뒤섞는, 무용 자체의 경계를 확장하는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2013년 스페인 최고 권위의 국립 무용상 최연소 수상, 2023년 독일 무용전문잡지 ‘탄츠’의 ‘올해의 안무가’에 선정됐다.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베를린 국립 발레단, 리옹 국립오페라발레단,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등 유수 무용단과의 작업에 이어 내년 파리 오페라 발레단 안무 데뷔를 앞두고 있다.
모라우는 무용 전공자가 아닌 사진과 움직임, 연극을 공부한 이력의 영향으로 기존 무용 관습에서 볼 수 없던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2004년 라 베로날(La Veronal) 컴퍼니를 창단해 문학, 영화, 연극, 무용 등 다양한 분야 예술가들과 새로운 표현을 탐구하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과 함께 마르코스 모라우의 ‘아파나도르’를 GS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이 공연은 한국-스페인 수교 75주년 기념 공식 초청작 중 하나다.
지난 2023년 12월,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제작으로 세비야에서 초연된 아파나도르는 콜롬비아의 저명한 사진작가인 루벤 아파나도르가 플라멩코 무용수들을 찍은 흑백 사진집 ‘집시 엔젤'(2009), ‘천 번의 키스'(2014)에서 영감 받아 안무한 작품이다.
아파나도르는 안달루시아의 강렬한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그림자의 독특한 인상으로 이스라엘 갈반, 마틸데 코랄, 루벤 올모와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플라멩코 무용수들을 인상적인 흑백톤으로 담아 냈다. 모라우는 아파나도르의 초현실주의적 이미지에서 받은 영감, 플라멩코와 무용수들을 향한 깊은 경외, 사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작품에 쏟아내며 아파나도르를 탄생시켰다.
다음달 16~18일에는 모라우가 라 베로날 컴퍼니와 함께 제작한 ‘파시오나리아’를 선보인다. 라 베로날은 모라우의 안무 언어를 가장 잘 이해하는 단체다.
작품 제목 ‘파시오나리아(Pasionaria)’는 스페인어로 ‘열정의 꽃’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고통’, ‘수난’을 뜻하는 라틴어 어원을 지니고 있다. 모라우는 이 이중적 의미를 역설적으로 강조해 강요된 진보가 만들어낸 인간의 미래를 ‘파시오나리아’ 행성을 통해 그려낸다.
파시오나리아의 미색 무대 풍경에는 상자를 든 배달원, 진공청소기를 든 남자 등 일상을 살아가는 8명의 무용수들이 감정 없이 정교한 기계처럼 움직인다. 이들에게는 감정도, 생각도, 논리도 찾아볼 수 없다. 무용수들 신체는 왜곡된 형태로 연출되는데, 이는 모라우와 라 베로날 무용수들이 수년간 연구한 ‘코바(Kova)’ 메소드를 통해서다.
다음달 17~18일엔 라 베로날과 함께 만든 ‘죽음의 무도: 내일은 물음이다’를 공연한다.
‘죽음의 춤’이라는 뜻의 ‘토텐탄츠(Totentanz)’는 유럽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 편재했던 전통춤이자, 죽음을 기리는 일종의 의식이다. 모라우는 ‘죽음’이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 부르주아와 노예 구분 없이 평등해지는 상황임에 주목하며, 모두 함께 마지막 날 죽음의 춤을 추는 상상을 펼쳐 보인다.
이 작품은 2025~2027년 트리엔날레 밀라노 텔 아트로의 상주 예술가로 선정된 모라우의 장소 특정 작품이다. 모라우는 죽음 앞에서 모든 이가 평등하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관객과 무용수가 동일한 시선으로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을 선택했다. 관객들은 어느새 공연의 일부가 된다. 어둠이 내린 시간, GS아트센터 메인 로비에서 100명의 관객만을 위한 죽음의 무도가 시작된다.
예매는 GS아트센터 홈페이지와 인터파크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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