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예술의전당 신작 오페라 ‘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이 오는 5월 세계 초연을 앞두고 있다.
16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이번 신작은 동서양의 서사를 융합한 독창적인 예술 언어로 세계 무대 진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예술의전당의 위촉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물과 관련한 재앙이 계속되는 가상의 왕국을 배경으로 한다. 기존의 질서와 이성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 세계에서, 물시계 장인이 왕국으로 불려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스티븐 카르(Stephen Carr)는 “인간은 오랫동안 물을 돌로 막고 통제하려 했지만, 시간 앞에서는 가장 단단한 돌조차 물에 의해 깎인다”며 “이 작품은 불확실성과 변화 속에서도 균형을 찾아가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호주를 대표하는 현대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Mary Finsterer)는 이번 작품을 통해 르네상스 다성음악부터 현대 전자음향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소리의 세계를 창조했다. 그는 “이 작품은 소리, 기억, 운명을 통한 여정이며, 21세기 동화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하는 작품”이라며 “한국 전통 악기 거문고를 작품에 접목해 문화적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새로운 음향적 차원으로 확장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서사를 담당한 극작가 톰 라이트(Tom Wright)는 호주 국립극단을 비롯한 주요 무대에서 활동해온 드라마터그이자 작가다. 그는 “이 작품은 덧없음과 실재, 이성과 혼돈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드라마”라며 “물은 작품의 중심에 있으며 시간과 영혼, 기억과 회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물의 정령은 음악, 무대, 의상 등 전 영역에서 전통과 현대의 감각이 공존하는 신선한 시도를 선보인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다수의 신작을 지휘한 지휘자 스티븐 오즈굿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서사의 전개에 따라 음악도 함께 변화하며, 어쿠스틱 악기와 전자음향의 대비를 통해 과거와 미래, 질서와 혼돈이라는 작품의 근본적 대립 주제를 선명하게 전달한다. 라틴어, 영어, 한국어가 겹겹이 쌓인 다층적 가사는 시간과 언어에 대한 탐구를 더욱 심화한다.
무대 디자인은 스위스 취리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찰스 머독 루카스가 맡았다. 그는 날카롭고 각진 돌과 부드럽게 흐르는 물이라는 대비되는 이미지를 통해 작품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며, 풍부한 무대적 상상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독일 프로 극장에서 유일한 한국인 무대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해 온 김환은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한 미니멀리즘 의상으로 각 인물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는 여백의 미학을 구현한다.
예술의전당은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코엑스 전광판을 수놓은 ‘파도’(작품명 WAVE)로 유명한 디스트릭트(d’strict)의 ‘아르떼뮤지엄’과 특별한 협업을 진행한다.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오페라극장 무대 위에서 아르떼뮤지엄의 대표적 미디어 작품인 ‘스태리 비치(Starry Beach)’를 만나볼 수 있다. 물을 주제로 한 압도적인 영상미는 관객을 작품 세계로 자연스럽게 이끌며 깊은 예술적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프리미엄 조향 컨설팅 브랜드 ‘센트 바이’가 스태리 비치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히 만든 향기를 관객들이 시향 할 수 있도록 하고, 굿즈 상품도 판매한다.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은 “음악, 서사, 무대예술의 세 축이 조화를 이룬 이 작품은 한국적 정서에 기반한 세계적 상상력의 결정체”라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손색없는 수준 높은 K-오페라로서 한국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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